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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컴퍼니

[도서] 극락 컴퍼니

하라 고이치 저/윤성원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정신없이 바쁘게 직장 생활 할 때는 정년을 꿈꾼다. 정년 후엔 취미 생활도 하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봉사 활동도 하고 말 것이라고. 정년을 맞아 퇴직하시는 분에게는 ‘제2의 인생’을 사시라면서 축복의 인사도 건넨다. 그러나 준비 없는 정년이 과연 마냥 행복할 수 있을까? 매일 매일 반복되는 자유시간을 행복의 시간이라고 느낄까?


평일 오후의 시립 도서관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다. 정서 교육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질 수 없다는 듯 볼만한 그림책을 물색하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주부들. 잇따른 외근에 지쳐 막간의 휴식을 취하는 젊은 샐러리맨들. 그리고 오랜 세월 근무하던 회사에서 무사히 정년퇴직 한 것까지는 좋은데 이제 갈 곳이 없어진 환갑을 넘긴 남자들. (p.5)


『극락 컴퍼니』의 주인공 스고우치 겐조는 세 부류의 사람들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환갑을 넘긴 남자다. 정년 후 남아도는 시간을 도서관에서 때우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자신과 같은 처지의 기리미네 도시오를 만나게 된다. 회사와 일심동체가 되어 살아온 그들은 현재의 유유자적함을 권태로워하며 정년 이전의 시절을 그리워한다. ‘회사 근무의 양식미’를 되찾고 싶다면서. 이를테면 매일 아침 판에 박힌 시간에 일어나서, 판에 박힌 양복을 입고 판에 박힌 전철에 몸을 싣고, 작게 접은 스포츠 신문을 읽으면서 묵묵히 출근을 하고, 회사에선 여직원이 차를 타다 주고 상사에게서 온 내선 전화를 받고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엔 가볍게 한 잔 마시고 급행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 부인은 잠들어 있는, 생활을 회사 근무의 양식미美라 하면서. 

그 둘은 회사 생활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다가 기발한 놀이를 고안해 낸다. 이름 하여 ‘주식회사 놀이’. 회사 생활을 그대로 재연하지만 실제로 돈이 오가지는 않는 이 놀이는 퇴직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금세 ‘주식회사 거래처’도 생긴다. 주식회사 놀이에 참여하는 퇴직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진심으로 만족스럽게 여긴다. 승진하기 위해 발버둥 칠 일도 없고, 다만 각자의 일에 충실할 뿐이다. 진정한 ‘극락 컴퍼니’이다. 아이들의 역할 놀이와 다를 바 없지만, 이들은 진지하다.


다소 황당한 스토리라고 생각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온종일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도서관에도 가고 쇼핑도 하고 여행도 가겠지만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면..? 그리고 젊었을 때처럼 체력이 좋지도 않고 가진 돈도 한정되어 있다면?


나 역시 보통의 직장인들처럼 정년을 기다리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극락 컴퍼니』를 읽으면서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했던 정년 후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약처럼 받아먹던 월급이 끊기고 소액의 연금으로 근근이 생활해야 하고, 허리고 무릎이고 아픈 곳은 늘어날 테고, 어쩌면 눈이 침침해서 책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 돈을 떠나서 어딘가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의 활력이 되는 나이가 있다고 생각해보니, 지금 나는 참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30대보다 50~60대가 자격증 취득률이 높다는 뉴스를 오늘 아침 출근길에 들었다. 이 현상을 재취업을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는 부연설명이 있었는데, 파스칼이 말했듯 ‘인간은 바쁜 일거리 없이 아주 편하게 방 안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을 참으로 견디기 어려워하는 존재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1998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번역되었다. 98년이면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이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30대가 되었다. 시간의 흐름은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세월은 또 흐르고 흘러 나도 정년을 맞이하게 되겠지.

내가 읽은 『극락 컴퍼니』는 분명 소설인데,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정년 후의 삶을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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