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뚝딱! 엄마랑 한글 떼기 책이랑 친구 되기

[도서] 뚝딱! 엄마랑 한글 떼기 책이랑 친구 되기

강진하 저

내용 평점 2점

구성 평점 2점

 

육아에 있어서 정도正度란 없다. 수많은 육아서들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모두 한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여러 권의 육아서를 읽어본 엄마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어떤 책에서 옳다고 하는 것을 다른 책에서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꽤 많다.

한글 떼기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영재로 키웠다는 유명한 저자의 경우 책의 바다에 아이를 빠뜨리라 하고, 해외에 거주하는 또 다른 영재의 엄마는 많이 읽는 것보다 적은 양이라도 제대로 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아정신과 의사 신의진 교수는 책은 상징의 세계이므로 적어도 5세 이전 까지는 책도 읽히지 말고 문자도 가르치지 말라고 하며, 과잉 독서 붐에 대해 ‘너무 심각하다. 미칠 노릇’이라며 유아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은 돈 들여 아이를 망치는 일’이라고 H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쯤 되면, 보통 엄마들은 혼란스러워진다. 도대체 책을 읽히란 건지 말라는 건지.

소아 정신과의사는 읽히지 말라하고, 아이를 영재로 키웠다는 저자들은 일찍부터 읽혀야 한다고 하고.

삼백여권 이상의 육아서를 읽으며 내린 나의 결론은 중요한 건 내 아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찾기 위해 엄마인 내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육아서의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초, 어린이집에 다니던 여섯 살 난 아이가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왔다. 같은 반 어떤 아이가 우리 아이가 제 이름도 쓸 줄 모른다고 놀렸던가 보다. 3월생이던 그 아이가 ‘나는 할 수 있는데, 너는 그것도 할 줄 모르냐’며 우리 아이를 놀렸고, 그게 지속되자 우리 아이가 주눅이 들었던 거다. ‘조기’ 교육보다 ‘적기’ 교육을 하자는 게 내 신념이었는데, 막상 어린이집 선생님께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자 속이 상한 건 물론이고 엄마로써 죄책감까지 느꼈다. 선생님과 면담한 그 날 바로,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책으로 먼저 배우는 평소 습관대로 부랴부랴 한글 떼기와 관련된 책을 주문했다. 그 때 주문했던 책 중 하나가 『뚝딱! 엄마랑 한글 떼기, 책이랑 친구 되기』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올해 5월 말에 학습지와 홈스쿨을 병행해 한글 공부를 시작해서 10월에 뗐다. 11월인 지금은 백희나의 ‘장수탕 선녀님’을 아이 혼자 읽는다.

공교롭게도『뚝딱! 엄마랑 한글 떼기, 책이랑 친구 되기』는 한글 공부를 한참 할 때는 못 읽다가 한글 떼기가 어느 정도 완성된 요즘에서야 읽게 되었는데, 그 때 안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직장에 다니는 나로 써는 ‘엄마표’ 교육을 할 수도 없었고 저자의 방법대로 여러 가지 한글 놀이를 통해 아이와 놀아줄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자의 아이가 16개월부터 밤낮이 바뀔 정도로 책에 깊이 빠져 들었고, 몰입의 시기가 33개월 무렵까지 이어졌다는 얘기에 블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깨는 아이와 비교할 뻔하고, 24개월에 한글을 뗐다는 사례를 읽고 가슴 칠 뻔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엄마표로 진행된 저자의 한글 떼기 방법은 대단하다. 아이와 늘 함께 있으면서 끊임없이 아이를 관찰하고, 사물에 이름표를 붙이고, 한글 놀이 방법을 연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히 잘 해낸 저자가 존경스럽다.


그러나 나는 저자의 생각과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노는 것과 학습은 결코 병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학습 놀이는 당의정 같아서 겉으론 달콤해보여도 결국 쓴 맛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놀이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과정이 어려워질수록 놀이란 시럽을 쓴 학습이라는 쓴 맛을 알아채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글 놀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른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단어일 뿐.

성인들에게 미적분 놀이하자고 하면 재밌겠다고 덤비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학습은 학습이고, 놀이는 놀이다.   엄마들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엄마표’에도 현혹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처럼, 아무리 ‘놀이’란 탈을 뒤집어썼다 해도 내 아이를 가르치다보면 엄마의 욕심이 개입되지 않을 수가 없다. 조바심 내게 된다. 이왕 시작한 거 남들보다 빨리 했으면 하는 게 보통 엄마의 마음이니까. 법륜 스님처럼 마음이 넓고 이해심 많은 엄마라면 모를까, 아이를 가르쳐본 대부분의 엄마들은 인정할 거다. 속에서 열불 나는 그 심정을.


우리 아이에게 한글 공부를 시키면서 깨달았다. 아이가 원할 때, 아이가 원하는 만큼 따라가는 게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것을.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 하지 못해 조바심 내는 건 엄마일 뿐, 정작 당사자인 아이는 느긋하다는 것을.


책을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는 4~7세면 읽기 돌입을 준비하라 했지만 신의진 교수는 “글을 보고 제대로 독서 하는 것은 초등학교 2,3학년부터이며, 이것도 빠른 여자 아이들 얘기다. 의외로 글을 통해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기는 굉장히 늦게 찾아온다. 책을 읽히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하고, 책을 뺏으면 울고 불며 난리치는 아이들도 많다는데, 그게 병이 시작된 거다. 두 가지 부류인데 어릴 때부터 책을 너무 많이 읽혀서 생긴 집착증이거나 아니면 아이 인생에 그것 외에 재미있는 게 없는 거다. 둘 다 가슴 아픈 일이다. 세상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야 하는 초등2,3학년 이전 아이들이 책에 집착하면 그건 뭔가에 대한 증상이다.”라고 말한다. (2011.4.1.한국일보.)


상반된 의견을 가진 두 전문가의 의견을 읽으며, 우리 아이를 위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엄마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신 있게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이 기르는 일이 아닌가 싶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