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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죽이기

[도서] 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저/최정수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나는 『적의 화장법』이후 아멜리 노통브의 전작주의자가 되어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 된 그녀의 모든 책을 읽었고 소장하고 있다.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우선 구입부터 하는 것은 그녀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 나는 그녀의 작품에 발코니 창이 열리길 기다리며 세레나데를 부르는 젊은 청년과 같은 사랑을 품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2011년에 출간된 아멜리 노통브의 스무 번째 소설이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이번 소설의 첫 장에는 그녀가 자필로 작성한 메시지가 눈에 띈다.

“ 한국의 독자분들께.  이 점,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제 아버지를 여전히 살아 계시고, 전 아버지를 죽일 생각이 없답니다. 아버지를 죽인다는 것은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부모님들의 희망에서 벗어난다는 것, 즉 성인이 됨을 의미합니다. 전 이미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부모는 우리를 낳아 기르면서 자신들이 원했던 것, 하고 싶었던 일들을 자식에게 대물림한다. 피아노를 치고 싶었던 부모는 아이가 싫다고 해도 피아노를 시키고,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고 싶었던 엄마는 아직 고개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그것들을 잔뜩 사들인다.

자식들은 부모의 영향 그늘아래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러나 몸이 자라는 만큼 정신도 자라, 자신들의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부모와 마찰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공부를 하는 대신 소설을 읽고, 음악을 하면서.

스물 넘어 대학에 입학하고 활동 반경이 더 넓어지면서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지내고,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부모의 희망이나 바람은 옅어지고 본인의 계획은 짙어진다. 결혼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예전 어린 시절의 내가 동경하던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던 부모님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성인이 되면서 드디어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아버지 죽이기’가 완료된다. 

한 몸이었던 아이를 이 세상에 내어주면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들은 무한한 애정으로 자식들을 돌보지만 작은 악마들인 그들은 자주 가증스러운 행동을 하고 배신감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들은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다. 설사 그들이 ‘아버지 죽이기’를 완료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방법대로 자신의 분신을 지켜보는 것이다.


자전거 가게를 하는 엄마와 함께 살던 조 위프는 진짜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랐다. 엄마는 여러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지만, 조에게 진정한 아버지 노릇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신은 공평했다. 조에게 아버지는 없었지만 마술에 대한 흥미와 재능은 누구보다 탁월했다. 엄마에게서 쫓겨나듯 집을 나온 조에게 마술은 삶을 지속시켜 줄 하나의 끈이 되어주었다. 열다섯이 된 어느 날, 조는 자신의 마술을 지켜보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소개로 노먼 테런스를 만나게 된다.  노먼은 아버지가 없던 조에게 기꺼이 아버지가 되어주고, 그에게 많은 것을 준다. 친 아버지처럼.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들은 늘 독자를 안심시키지 않는다. 제한시간이 끝나기 전에는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그녀의 소설에는 놀라운 흡입력이 있다. 그리고 끝까지 한 눈팔지 않고 잘 읽어주었다고 칭찬하고 상을 주듯, 독자들이 예상할 수 없는 반전도 늘 준비되어 있다.

『아버지 죽이기』역시 『적의 화장법』만큼의 놀라운 반전이 독자를 기다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반전이 정말인지, 노먼을 기만하기 위한 조의 거짓말인지 나는 아직도 헷갈린다.  조가 한 ‘그 말’은 과연 진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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