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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신작 중 최고의 구절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억관 역
민음사 | 2013년 07월

 

"그때 죽었더라면 좋았을지도 몰라. 쓰쿠루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랬더라면 지금 여기 있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매혹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는 세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고, 여기에서 현실이라 부르는 것들이 현실이 아니게 된다는 것. 이 세계에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자신에게 이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p.8


소설의 도입부분의 구절입니다.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는데, 쓰쿠루는 죽지 않았고 오히려 ‘그때 죽었더라면 좋았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었으면 현재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것을 매혹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요. 이 구절을 읽고 마음의 동요가 일었습니다.

그것은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는 저를 자극하는 말이었으니까요. 내가 없어도 변함없을 이 세계를 그냥 떠나는 게 두려워서 일기도 쓰고, 메모도 남기고, 독후감도 열심히 쓰고 있거든요.

 

사실 두렵다는 말보다 억울하다는 말이 더 옳은 표현인 것 같아요.

내가 없어도 변함없을 이 세계에 문자로 된 그 무언가라도 남겨놓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은 먼지 한 톨만큼의 존재감도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아등바등 치열하게 살고 있는 나란 존재가 통째로 사라질까봐, 내가 현실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언젠간 현실이 아니게 될 거란 생각에 늘 조바심이 나요.

 

이런 제 마음을 자극한 구절입니다. 어쩐지 제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 이 구절이 제겐 최고의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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