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동안 아기를 품으며 엄마들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사랑과 정성으로 내 너를 보란 듯이 잘 키워보리라. ”
세상에 다시없을 모성으로 엄마는 아기를 돌본다. 그러나 아기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의욕 충만한 엄마들을 주변 사람들이, 블로거들이, 광고가, 인터넷 정보들이 현혹 시키고 마음을 뒤흔든다.
일 회당 몇 만원씩 하는 마사지를 몇 차례나 받아도 젖이 늘지 않아 분유수유 하는 엄마를 마치 모성이 없다는 듯 손가락질 하는 글을 볼 때, 고가의 외제 유모차를 끌고 아기와 나들이를 나간 사진을 볼 때, 값 비싼 교구와 육아용품을 일일이 사진 찍고 사용 후기를 올린 글을 읽고서. 담력이 세지 않은 엄마들은 남몰래 쓴 눈물을 흘린다.
인터넷 곳곳에선 남이 어떻게 사는지 보려는 관음증과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허세가 만나 정보의 홍수를 이룬다. 굳이 타인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적인 근황을 정보 전달이라는 명목으로 사진과 함께 구구절절 글을 올리는 사람들과 그것들을 포스팅하는 사람들 덕에 오늘도 육아 정보는 만원이다. 주위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소신껏 아이를 키우면 좋으련만, 눈 감고 귀 닫고 살기엔 이미 이 사회는 충분히 자극적이다.
Simple is the best"
쇼핑을 할 때 뿐 아니라 아이를 키울 때에도 나는 늘 느낀다. 단순한 것이 최고라는 사실을.
어떤 양육방식이 옳다, 나쁘다 판단할 필요가 없음에도 정이 넘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굳이 원하지 않은 충고를 남발한다.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놔두고 기다리는 부모를 게으름뱅이처럼, 방임하는 것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나 또한 뜻하지 않은 조언으로 마음 상한 적도 여러 번이고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한다고 자책하며 눈물로 밤을 지 샌 적도 수없이 많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을 갖고, 소신 있게 아이를 기르자 다짐에 다짐을 더해봤지만 그런 다짐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금세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는 것이 문제다. 역시 아이가 한 명이든 두 명이든 간에 엄마 노릇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메이링 홉굿의『육아의 왕도』를 읽고 육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육아법으로 아이를 기르느냐를 두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그랬다. “세상은 넓고, 육아 방식은 다양했다!”
육아 문제로 고민하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나열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육아 방식을 소개한다. 해박한 지식과 철저한 조사로 신뢰도를 높이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흔히 하는 고민들을 고백해 친근함을 준다는 것은 이 책의 강점이다.
『프랑스 아이처럼』의 저자 파멜라 드러커맨처럼 『육아의 왕도』의 저자 역시 언론인이다. 육아 전문가가 이론을 앞세워 쓴 책이 아니라서 쉽게 읽히고, 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동질감도 느낄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아르헨티나, 프랑스, 중국, 케냐, 티베트, 아프리카 전통부족, 아랍, 미국, 일본, 멕시코의 양육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아이들이 늦게 잠을 잔다고 한다. 새벽 두 세 시까지도 아이가 부모와 함께 파티를 즐기고,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들으면 기절초풍 할 일이다. 그들은 어른과 아이의 삶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정이 넘는 시간에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구별 없이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부모가 먹는 음식을 애들도 함께 먹기 때문에 어린이용 음식이 필요치 않다고 한다. 프랑스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먹어야 하는 음식을 어릴 적부터 먹기 때문에 편식이 적다고 한다.
아기용 혹은 어린이용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가 대단히 많이 소개되고 있고, 어린이 식사를 위한 다양한 요리책이 발간되는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다.
아이 음식을 따로 만들고, 거기에 아이가 먹는 모습까지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한국 엄마들을 보고 프랑스 엄마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 각 문화별로 고유한 육아 방식이 있다. 이 나라에선 옳은 방법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식겁할 일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고 보면 육아엔 정답이 없다. 그러니 주위의 엄마들이 본인이 판단하기에 잘못된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 같아 보여도 욕을 하거나 혀를 찰 필요가 없다. 대신 차이를 이해하고 관대한 시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분명한 점은 지구촌 부모들이 아주 특별한 육아법에 영감을 받아 당신에게 맞춤한 육아의 왕도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다. 나처럼 말이다.“
-프롤로그 중.
이 책을 읽고 느낀 사실 하나.‘육아에 왕도’는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이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세계의 다양한 육아법의 바탕엔 이 마음이 있었다. 그 마음만 있다면 어떤 아이라도 잘 기를 수 있다. 그러니 이게 바로 육아의 왕도라 할 수 있다.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엄마에게『육아의 왕도』를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세계 여러 나라의 육아 방식을 읽다보면 분명 육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주) 위즈덤하우스 예담friend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