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곱 번째 읽는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부모노릇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육아에 지칠 때, 아이의 머리가 굵어지고 있음을 느낄 때, 부모로써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할지 막막할 때 나는 볼프강 펠처의『내 아이를 위한 작은 철학』을 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초판 발행되었는데 내가 가진 것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초판본이고, 『내 아이를 위한 작은 철학』은 2009년에 개정판이 나오면서 바뀐 제목이다.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작가, 교육자인 저자 볼프강 펠처는 소신과 팔랑귀를 모두 가진 이 시대 가장 평범한 엄마인 나에게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이 책을 두고 신의진 교수는 ‘지적 자극을 주는 아주 아주 좋은 책’이라 했고,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불안한 부모들에게 힘내라고 용기를 주는 책’이라는 추천사를 남겼는데 둘 다 맞는 말이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은 내가 읽은 것 중 최고이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은(현재도 읽고 있는) 책이고, 힘이 되어주는 책이다. 첫 애가 태어난 2007년에도 둘째가 태어난 2013년에도 이 책은 변함없이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나의 물음에 성실히 답해준다.
“나의 유일한 걱정은 아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것을 발굴하고, 배운 것을 오랜 시간 고민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네. 우리의 일반적인 교육은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을 지나치게 다방면으로 내몰고 있네. 그리고 거기에서의 잘못은 그릇된 방향에 있네. 이것은 우리 성인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21세기에 쓰여 졌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이 편지는 괴테가 아들 아우구스트에 대하여 지인에게 편지다. 18세기나 지금이나 자식을 두고 하는 고민이 같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과 고민은 시대를 초월 하는 듯하고, 부모 노릇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아니다.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던 18세기, 19세기에도 어려웠던 부모 노릇이 업그레이드되어 몇 배나 더 어려워졌다. 그러니 제대로 된 부모 교육 한 번 받지 못하고 엄마가 된 내가 헤매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에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하지만 나를 위한 개인 생활을 온전히 포기 해야만 하는 아이의 출생부터 부모의 고뇌와 고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성장과정, 그리고 부모로써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思惟가 오롯이 담겨있다.
부모가 되면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생활과 사고방식 모두이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던지 간에 그동안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익혀야 하는 게 부모 노릇의 시작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결혼하고 아이 낳았으면 어른 대접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부모의 사랑은 일방향이고, 쌍방이 서로 주고받는 사랑은 부모 자식 간에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나와 내 남편 혹은 아내, 이외의 다른 존재가 우리 삶, 생활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부모가 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는 우리가 사랑해서 낳았으나 우리의 것은 아님을 ,우리가 사랑해서 낳았으나 우리의 모든 것을-그것이 사소한 습관일지라도-뒤흔드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부모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라는 의미이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가능성이 풍부한 나만의 삶은 사라지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활이 반복된다. 내가 살아온 환경, 욕구, 습관 모두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가 태어나서 얻은 기쁨을 넘어설 때 젊은 부모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 때부터가 시작이 아닌가 싶다. 부모로써의 고뇌가 시작되는 것이.
볼프강 펠처는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 부모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은 아닙니다. 그것을 행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부모가 할 일입니다. 매일매일 요구되는 것을 우리가 인식하고 묵묵히 수행하다 보면 행복은 찾아옵니다. 아이가 그릇되지 않은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부모에게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감사의 마음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초판본의 제목처럼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가득한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 어떤 책보다 흥미진진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생각과 너무 달라 지친 부모에게 힘이 되어주는 책이어서,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