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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리뷰작성
프랑스 아이처럼

[도서] 프랑스 아이처럼

파멜라 드러커맨 저/이주혜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지난 주말, 워터파크 탈의실에서 3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다. 아이 엄마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젊고 예쁜 엄마는 아기에게 연신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잘못했어. 미안해. 엄마가 깜빡 잊었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을게. .”라며 사과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이가 입을 팬티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기는 팬티 대신 팬티형 기저귀를 착용해야 했는데, 젊은 엄마는 그걸 가지고 미안하다며 아이에게 쩔쩔매고 사과했던 거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첫 아이인가보다 하고 약간의 실소를 터뜨렸다. 둘째아이였더라면 저렇게 까진 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큰 아이를 키울 때 유난 떨었었다. 평균 연령 46세의 성인들만 살던 집에 어린 아기가 들어오니, 우리 부부는 물론이고 부모님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아기를 어떻게 돌봐야할지 막막해했다는 것도 유난 떤 이유 중의 하나다. 상전도 그런 상전이 없다 싶을 정도로 난리 법석으로 아이를 키웠었는데, 시간이 흘러 정신 차리고 보니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아이를 오냐오냐 하며 키웠구나 싶었다. 천만 다행으로 큰 아이는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답게, 당당하고 구김살 없는,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잘 자랐다.


반면 둘째는 첫 아이 때처럼 키우는 게 체력적으로 무리였을 뿐더러 큰 아이를 배려하다보니, 울어도 놔두게 되는 식으로 방치하게 되었는데 이게 프랑스식으로 키우는 꼴이 되 버렸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식으로. 생후 80일경부터 밤새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아이로 자랐는데, 15개월쯤부터 깨지 않고 자던 큰 아이와는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였다.

“ 아이고! 우리 아이가 밤을 하는구나!!! “


“아기가 밤을 하나요?”라는 말은 아기가 “밤새 잘 자나요?”라는 의미의 프랑스 표현이라고 한다. 저자의 영어권 친구들은 당연히 신생아라면 밤과 낮이 바뀌고 밤에도 자주 깬다고 으레 그렇다고 인정하지만, 프랑스 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프랑스 아이들의 대부분은 생후 4개월 이전에 밤을 한단다.“아기가 태어난 직후 밤마다 칭얼대는 아기에게 곧장 달려가지 말고, 아기 스스로 마음을 달랠 기회를 갖도록, 반사적인 반응을 하지 않으면” 밤새 잘 자는 아기가 된다고 한다.

아이가 울어도 큰 아이 때보다 조금 늦게 반응했을 뿐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일찍 밤을 하게 된 계기가 되자 프랑스 육아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방식대로 엉거주춤하게 아이를 기르면서 열등감에 시달렸었는데, 『프랑스 아이처럼』을 읽고 ‘나는 이미 잘 하고 있는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 후련했다. 미국식 엄마들처럼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맞장구쳐주고 호들갑 떠는 엄마들 사이에서 나만 너무 뻣뻣한 게 아닌가 싶었었는데.

프랑스 부모들은 훈육보다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교육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행위가 아닌, 현명하고 예의바른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적에는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만의 리듬을 따라가고, 아이가 자라서는 안전한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인내심을 기르고 예절을 중시하는 교육을 한다.


특이한 사실은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가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안 돼’라고 적극적으로 말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여름에 목도리를 하고 나가려는 아이가 있다고 하면, 미국이나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의 창의력을 저해시키지 않기 위해 허용하지만 프랑스 부모들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프랑스 부모들은 ‘좌절감에 대응하는 것은 핵심적인 삶의 기술이므로 아이가 좌절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좌절감을 안겨준다. 고 한다.’

프랑스의 양육 금언은 ‘아이에게 좌절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란다.

심지어 책 속에 소개된 또 다른 책인《행복한 아이》에서는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좌절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이를 놀지 못하게 하거나 안아주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아이의 취향, 리듬, 개성은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다만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며 모두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걸 배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패션이 발달한 나라인지라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부모들이 개방적으로 사고하고, 아이에게 많은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프랑스 부모들은 엄격하게 틀을 정하고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행동해도 되지만, 틀을 벗어나려고 하면 엄격하게 제지하고 있었다. ‘아이가 한계를 만나 좌절감을 느끼고 거기에 대응해나갈 때, 더욱 행복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


프랑스 육아법은 상당히 권위적이다. 마치 겉껍질은 단단해도 속의 노른자는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계란 반숙과도 같다. 명확한 틀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의 권위도 선다. 


저자 파멜라 드러커맨은 전직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로 결혼 후 남편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가 아이를 키우면서 미국식 육아 방식과 프랑스식 육아의 차이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프랑스식 육아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기까지의 경험담이 유쾌하게 그려진 이 책은 캐리(sex and the city의 주인공) 가 쓴 칼럼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정말 재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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