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지고 있을 법한 증상 중의 하나.
책을 좋아하는 우리들은 지하철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흘끔거리거나 새로 이사 오는 집에 들어가는 서가의 짐들을 갸웃거리곤 한다.
때로는 홍대 앞 사거리에 서 있는 청초한 여대생 대신 그녀가 품에 안은, (그녀보다 더 청초하게 느껴지는) 책을 흘끔거리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책의 유혹’을 뿌리치는 일이다.
『책의 유혹』은 성석제, 김연수, 정끝별 등 55인의 소설가, 시인, 국문과 교수 등 내로라
하는 책벌레들이 이기지 못한 유혹의 산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첫 사랑을 얘기하듯, 숨겨둔 비밀을 말하듯 55인의 책벌레들은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그들이 자신 있게 말하는 책의 제목을 받아 적기면 하면 되니까. (이보다 더 검증된 것이 또 있을까?)
‘컴퓨터와 모니터만으로 세상을 읽고 재단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오늘날, 책을 읽는 수고는 비단 능률의 저하만이 아니라 상당한 인내가 요구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고 교과서적인 강변을 늘어놓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 권의 책 속에서, 혹은 책 속의 어떤 구절들에서, 아주 잠깐일지라도 인간의 삶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 질문을 접한 적이 있다면, 우리는 그 소중하고 경이로운 경험을 깊이 간직할 필요가 있다.’
(강연호-길의 지도)
명저에 대한 작가 개개인의 글도 훌륭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책머리를 대신하여’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지은이들’이 썼다는 책머리의 문장들은 밑줄 긋는 것도 모자라 당장 필사하고픈 충동을 참기 어려울 만큼 훌륭하다. 화려하진 않아도 충분히 대중적이고, 대중적이지만 깊이가 있는 문장이다.
‘한 권의 책 속에서 혹은 책 속의 어떤 구절들에서, 아주 잠깐일지라도 인간의 삶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 질문’을 접하길 원한다면, 그런 책들을 찾길 원한다면 『책의 유혹』을 읽어보길 권한다. 55인의 책쟁이들이 권하는 책들에서 나만의 only one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