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폴리나(Polina)

[도서] 폴리나(Polina)

바스티앙 비베스 글,그림/임순정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린 시절엔 참 모르는 게 많았다.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식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콕 찍어서 말하면 중학생이던 시절 나는 ‘세상에서 내가 최고’인줄로만 알았었다.  그 나잇대 아이들에게 가장 큰 힘은 ‘성적’이었기에, 부끄럽지만 나는 그 힘을 믿고 까불었다.

어른들의 얘기는 고리타분했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았다. 내 생각이 가장 합리적이고 뭐든 노력만 하면 이뤄질 것만 같았던 그 시절. 그러나 막상 성인이 되고 보니 어느 직업에 종사하던지 나잇값은 무시 못 하는 것이며, 어른들 말씀을 들어서 손해 보는 일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깨닫게 된 사실들.


『폴리나』역시 그랬다. 여섯 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재능을 보였던 그녀를 스승 보진스키는 상급반으로 월반시키고 고학년들과 함께 연습하도록 한다.

폴리나는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이 결여된 우락부락한 남자 선생 보진스키에게 맹훈련을 받지만, 늘어가는 그녀의 실력과 반비례로 스승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보진스키는 끊임없이 원리를 설명하고 원칙을 강조하지만 어린 나이에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엔 역부족이었던 폴리나는 결국 그를 떠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폴리나는 비로소 보진스키가 자신을 얼마나 아낀 ‘스승’ 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간결하고 선명한 필치가 두드러진 바스티앙 비베스의 『폴리나』는 그의 전작 ‘염소의 맛’이나 ‘사랑은 혈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재능 있는 한 소녀의 성장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 이 작품의 특징은 생략과 강조에 있다.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카메라를 클로즈업 하듯 자세히 그려내 세심한 감동을 준다.

특히 폴리나가 성인이 된 후에 스승 보진스키와 만나는 장면이 압권이다. 내내 보진스키의 얼굴을 멀리서 묘사하던 그림은 주름진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그림으로 바뀌는데 세월의 흐름을 특별한 설명 없이 보여준다.


바스티앙 비베스의 그래픽 노블을 읽다보면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건 꼭 시나 소설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특히 『폴리나』는 재능 있는 한 소녀가 성장통을 겪으며 성인이 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소설 못지않은 울림과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