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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도서]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구보 미스미 저/서혜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구보 미스미의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는 대중성 높은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사사키 조, 미야베 미유키, 텐도 아라타, 요시다 슈이치, 모리미 토미히코 등이 이 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 실린 단편은 총 다섯 편으로 제8회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미쿠마리〉」가 서문을 연다. 〈미쿠마리〉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성性적이지만, 이어지는 전체의 소설을 봤을 때는 성性보다는 생生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대단한 소설이다. 그래서 표지의 오른쪽 상단에는 빨간색 박스에 흰 글씨로 “19세 미만 구독불가”라고 씌어있지만, 이해만 할 수 있다고 하면 그보다 어린 학생들이라도 읽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단편〈미쿠마리〉가 워낙 파격적인 내용이라서, 처음엔 나도 진도를 나가지 못했었다. 몇 장 읽고 덮어두고, 다시 꺼내 읽고 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한 순간 책에 빨려 들어가 단번에 한 호흡으로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정말 최고다’ 였다. 2011년 서점대상 2위를 차지하고, 작가와 비평가들로부터 “올해 나온 최고의 소설”, “고도로 압축된 현대의 이야기”, “올해 읽었던 다른 책들을 하찮게 느끼게 한다”는 등의 절찬을 받았다는데 그 말들이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들의 평가에 동감한다.


〈미쿠마리〉에는 코스프레를 하고 변태 성행위를 하는 유부녀 안즈와 고교생 타쿠미가 주인공이다. 특히 조산원집 아들 타쿠미는 이 소설 전체 주인공으로,〈세계를 뒤덮는 거미줄〉, 〈2035년의 오르가슴〉,〈세이타카의 하늘〉,〈꽃가루와 꿀벌〉 등 뒤이은 네 편의 단편에서 안즈와 타쿠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들 각각의 인생이 파노라마로 그려진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만들어 집을 나간 뒤부터 어머니 혼자서 나를 키웠다. 나는 사람 하나를 이 세상에 내놓기 위해 신음하고 아우성치고 울부짖는 여자들을 보며 자랐다. p. 22


사람 하나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신음하고 아우성치고 울부짖는 여자들을 보며 자란 타쿠미. 그의 친구 료타와 나나 역시 그렇게 이 세상에 태어났다. 아장아장 걷고 방긋방긋 웃던 아기들이 자라서 타쿠미처럼 일탈 행동을 하고, 안즈처럼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나는 이 소설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세상에 태어나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그러므로 한심할지라도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

19세 미만 구독 불가가 될 만큼 수위 높은 성적性的표현도 물론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 역시 수많은 인간사 중 하나일 뿐이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어느 한 부분만을 발췌해서 본다면, 추악하고 비위 상하는 일일지 모르지만 전체를 놓고 본다면 ‘생生’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생각할 거리가 필요한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앞으로 소개될 구보 미스미의 다른 소설들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대단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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