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유치원에서 책을 빌려와 독서 노트를 작성하는 숙제가 있는데 이번에는 강풀의 『안녕, 친구야』를 가지고 왔다.
강풀의 첫 그림책이라 안 그래도 읽어보고 싶었던 참이었는데 기특하게도 잘 골라왔다. 분명 표지의 귀여운 고양이 때문에 골랐을 테지만.
이소룡처럼 노란 옷을 입은 주인공 아이가 사는 곳은 부자 동네는 아니다. 평범한 우리네가 사는 동네, 그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밤, 혼자 자다 잠이 깬 아이는 집을 잃은 아기 고양이를 만난다.
아이는 집을 찾는 걸 도와달라는 아기 고양이의 부탁에 선뜻 길을 나서고, 모험은 그렇게 시작된다.
아이는 개와 생쥐와 검은 고양이를 만나며 아기 고양이의 집을 찾아보지만 쉽게 찾지 못하고, 아기 고양이는 자신의 집을 찾아주기 위해 동행한 아이의 발자국들이 내리는 눈에 묻히는 것을 보며 다부지게 말한다.
“우린 헤어질 때가 된 거 같아. 너도 나처럼 너무 멀리 왔다가 집을 잃을 수 있어.”
도움을 청했던 아기 고양이는 어느새 자신을 도와주던 꼬마 아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진정한 우정이란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것. 더 붙잡을 수 있지만 결코 과하지 않게 하는 것. 서로를 위한다는 것.
『안녕, 친구야』는 강풀 작가가 첫 아이에게 선물하는 첫 그림책이라고 한다. 첫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설렘과 기쁨 때문인지 어린 아이가 읽기에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인생의 진리를 담았다. 그래서 아이가 얼마만큼 내용을 이해할 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곱 살 난 내 딸은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 물었더니 첫 마디가 “행복한 생각”이란다. 두 번째로 “고양이가 집을 찾았다는 생각‘을 했고 세 번째가 “개는 다른 개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니까 자기도 똑같이 행동했다며, 다른 사람과 똑같은 행동을 할 필요는 없고 나는 내 생각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다행히 얻은 게 아예 없지 않은 모양이다. 일곱 살 난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 나갈 때, 어떤 꿈을 찾아 헤맬 때 곁에 든든한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안녕, 친구야』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마음 깊이 뿌리 내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아이가 고양이와 지나가는 동네 골목길, 강풀 작가의 아버지인 강성구 목사의 이름이 적힌 문패가 있는 집이 등장한다는 것과 아이와 고양이가 쉬어가는 가게 이름이 강풀 작가의 아이 태명인 ‘은총’이를 본 딴 은총 상회라는 점이다. 가족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세심한지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