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참석 후 얼큰하게 취한 미야모토는 경마로 인한 빚과 좌절감에 일찌감치 무리에서 빠졌지만, 어차피 집에 돌아가도 혼자라는 생각에 거리를 떠돌다 우연히 ‘타치아오이 어린이 도서관’을 발견한다.
정체 모를 끌림에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게 된 미야모토, 뜻밖에도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늦은 시간까지 혼자 일하고 있는 젊은 남자에게 붙임성 있게 말을 걸어보지만, 미코시바라는 사서는 ‘꺼져. 술 냄새 나!’라며 호통 친다. 당황한 미야모토는 그에게 변명을 늘어놓고 미코시바는 그런 그에게 ‘노래하는 시계’라는 책을 정리하고 오라고 시킨다.
책을 정리하러 서가로 간 미야모토는 이미 읽은 적이 있어 알고 있는 줄거리였음에도 다시 한 번 읽게 되고,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미야모토는 타치아오이 어린이도서관에 드나드는 일원이 된다.
타치아오이 어린이도서관에는 버섯머리의 촌스러운 안경을 쓴, 무뚝뚝하고 까칠해 보이는 사서 미코시바가 있다. 그는 자신만의 이상적인 도서관을 만들어보라는 도서관 소유주의 부탁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어린이 전문 사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도서관의 주인』은 미코시바와 우연히 그곳에 들렀지만 열성 팬이 되어버린 미야모토가 겪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만화책이다.
“애들 책이 뭐 어째? 당신은 어린이 책을 우습게 볼 정도로 어른이라는 소리야?
펼쳐본 적도 없는 책을 우습게 여기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군!”
“읽어야 할 책을 지정해준다는 건 다른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책’으로 생각하게 만들거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 이 막대한 책 속에서 자기만의 한 권을 발견하는 것. 완전히 보물찾기잖아. 그 즐거움을 빼앗으면 어쩌자는 거야!”,
“병이 있든 없든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그러니까 더욱 만나는 한 권이 소중한 것이 되길 바라는 겁니다!”
미코시바의 명대사 때문에 만화이긴 하지만 이 책을 가볍게만 볼 수 없다.
어린 시절 재미나게 읽었지만 지금은 정확한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 ‘닐스의 신기한 여행’이나, ‘행복한 왕자’, ‘보물섬’이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책과 관련된 일본 만화책 중에는 『도서관의 주인』 뿐 아니라, 요시자키 세이무의 『가방 도서관』도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런 만화들이 반갑고, 호감 간다.
도서관이라는 다소 식상한 소재로 비슷비슷한 결말을 그려내기 때문에 ‘기발함’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중독성 있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혹은 잠들기 전에 따뜻한 정서가 그리울 때 읽으면 참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