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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도서] 아버지의 편지

정약용 글/한문희 편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정민 교수의아버지의 편지는 구입한 지 5년 만에 읽은, 우리 집 책장에서 숙성된 책이다. 2009, 이 책을 구입했을 당시 우리 아이는 세 살이었는데 엄마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이라서 말 그대로 무늬만 엄마였던 때였다. 제대로 부모 노릇해보자는 의욕이 넘쳤었는데, 순전히 아버지의 편지라는 제목 때문에 골랐던 책이다.

 

아버지의 편지속의 아버지-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들은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사생활, 특히 자녀에게 전하는 편지를 엿볼 수 있는데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당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아서, 이 점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어쩌면 내가 어릴 적 부모님의 조언을 잔소리로 생각했듯, 그들의 자녀 역시 그랬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아끼고 책을 늘 가까이 하라고 말하는 옛 아버지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오늘날 부모들이 자식의 대학 입시에 목을 매듯, 과거 시험 준비는 이들 편지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때는 그때 방식대로 자식에 대한 노심초사가 그치지 않았던 셈이다.’

 

모름지기 서둘러 조카 완이나 그 밖에 뜻이 독실한 벗과 함께 책 상자를 지고서 절로 올라가, 삼동의 긴긴 밤을 부지런히 독서하도록 해라. 네가 지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가서 한번 가면 뒤쫓기가 어렵다. 끝내 농부나 병졸이 되어 일생을 보내려 한단 말이냐? ” ( 이황의 편지 중)

 

사람들에게 듣자니 너희가 자못 남을 업신여기는 태도가 있고, 게다가 남의 허물을 즐겨 말한다더구나. 사람이 배우는 것은 이 같은 병통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너희가 만약 이와 같다면 비록 책 만권을 배워 문장이 양웅이나 사마상여와 비슷해져서 그날로 과거에 급제한다 한들 그 사람을 어디다 쓰겠느냐. 놀라고 비통하여 죽고만 싶구나. 남에게서 한 번이라도 몸가짐을 잃게 되면 평생 다시 남에게 취함을 보게 되기 어려운 법이다.”(백광훈의 편지 중)

 

매양 쏜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이 마치 너희를 위해 머물러 주기라도 할 것처럼 여긴다면 이는 반드시 그렇지가 않다.”(안정복의 편지 중)

 

퇴계 이황도 아들의 공부 앞에서는 요즘의 부모와 다르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라고,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고 다그친다. 한 시대를 대표하던 학자들도 자식의 일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고, 불안함과 걱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중의 하나일 것이다.

지금의 장관 후보자들이 아이 교육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하고, 부유층 자녀들이 유명 사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편법을 쓴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조선 시대의 학자들을 보니 이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일이고 지탄 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개인으로 본다면 그들 역시 자식의 출세를 위해 공부시키고 싶어 한 행동일 테니까.

나는 자신할 수 있을까? 만약 부와 명예가 주어진다면, 내 자식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더 좋은 직업을 갖게 하기 위해 편법을 쓰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선인들의 편지를 읽다보니 자식을 위한 마음이 문제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부모니까. 다만 그들은 적어도 편법은 쓰지 않았다. 마땅히 노력해야 얻을 수 있도록 자제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켰다. 그러고 보면 위장전입이나 편법을 쓴 부모들은 행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신의 문제가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요즘 부모들에게는 선인들의 엄격함과 양심이 필요하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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