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잡동사니」를 읽은 지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아서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사랑에 대한 두 작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 작품이어서 읽으면서 적잖이 당황했다.
에쿠니 가오리는 only one은 없다고 말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는 only one을 말한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은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후일담이다. 사랑했지만 헤어지게 된 하치와 마오, 그 둘은 하와이 섬의 남단 사우스포인트에서 재회하게 되고, 첫 아들 다마히코를 얻는다.
먼 훗날 같은 장소에서 아들 다마히코 역시 첫사랑 테트라와 서로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그들의 부모처럼, 젊은 인연들도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아무리 사랑했던 사이라 해도 헤어진 후 각자의 삶을 꾸려가다 보면, 자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새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그러다 문득 문득 서로가 그리워질 때 헤어지기 전 익숙했던 상대방의 모습을 기억해내고 곱씹는다. 과거 속의 서로를 찾는 것. 생각해보면 헤어진 후 그리워하는 건 상대가 아니라 행복했던 과거 기억속의 너와 나 인 것 같다.
하와이의 이국적인 풍경과 더불어 두 연인의 인생을 엿보고 나니,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고 난 후라 조미료가 빠진 음식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신비로움과 치유의 힘이 드러나 있어 반가웠고,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변하지 않으니까 평생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변하지 않기에 멋진 그.”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은 치유의 힘이 있는 자연에서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변하지 않는 사랑을 말한다, 이를테면 건전한 사랑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