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사이는 간단한 관계가 아니다. 미워하고 사랑하고 창피해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아픈 곳을 할퀴고 무자비하게 상처를 주고 다시 그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빌고 미안해하고 울고불고 통곡도 마다하지 않는다. 눈물이야말로 엄마와 달 사이에 핏빛으로 흐르는 강물이다. 격렬하게 분노하고 격렬하게 싸우고 그리고 격렬하게 몸 다 바쳐 사랑한다.
신달자, 『엄마와 딸』중에서.
올해 3월, 나는 두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다. “격렬하게 분노하고 격렬하게 싸우고 격렬하게 몸 다 바쳐 사랑 할 대상”이 하나 더 늘었다.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의 『딸은 좋다』는 동화이지만, 아이보다는 엄마에게 특히 딸을 가진 엄마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분명 내가 딸이어서, 딸을 가진 부모여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테니까.
‘간단한 관계’가 아닌 딸과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 쓰고 있는 이 책에는 딸이 태어나서부터 시집가서 부모의 품을 떠날 때 까지, 엄마의 와 딸의 일생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둘째 딸을 출산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동화를 읽어서 그런지 더 마음에 와 닿아서, 책장을 덮고서도 한참 동안 눈물 흘렸다.
김은정의 소박한 삽화는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내 딸의 어린 시절, 친정 엄마의 젊은 시절 그리고 나이 든 지금의 모습까지 파노라마처럼 떠오르게 만들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딸을 키우면서도 내가 엄마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신생아인 둘째 딸 아이를 밤새워 어르고 달랜 것처럼, 샘내며 말썽부리는 큰 아이의 비위를 맞춰가며 구슬리는 것처럼 우리 엄마도 나를 그렇게 키웠을 거란 생각이 왜 이제야 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 딸들을 어르고 달래는 ‘엄마’이면서 정작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매일매일 걸어서 우리 집에 와주시는 엄마에게 투정부리고 짜증내는 ‘딸’이고, 우리 엄마는 출산한지 얼마 안 돼 감정 기복이 심하고 심통 부리는 자신의 ‘딸’이 힘들까봐 매일 걸어서 딸의 딸을 봐주러 오시는 ‘엄마’다.
돈독한 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로 앙앙대면서도 함께 있을 때 안심하는, 부자父子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딸은 좋다』는 투정부리고 싸우지만 결국엔 서로 속닥거리고 목욕탕으로 향하는, 모녀母女 사이가 과장되지 않게 그려진 ‘딸의, 딸에 의한, 딸을 위한’ 그림책이다. 그래서 딸을 가진 엄마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