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사랑만큼 느닷없이 벌어지는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지만, 절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손사래 치던 사이가 어느 날 사랑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감정을 품었는데 이미 결혼한 사람이어서 단념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더 불붙는 사랑도 있다. 사랑만큼 진부하면서도 신선한, 양면성을 가진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까,
에쿠니 가오리 외 여섯 명의 일본 여류 소설가들은 『일곱 빛깔 사랑』을 통해 찬란한 사랑과 이미 한 풀 꺾인 사랑, 이제 시작하는 사랑 등 느닷없이 또는 계획적으로 벌어지는 여러 사랑이야기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사랑은, 적어도 쌍방이 거기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은 무의미 하지 않아요.”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그런 얘기를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니, 정말 뼛속 깊이 무지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네.”(드라제 ; 에쿠니 가오리)
누군가에게 사랑은 열렬하고 달콤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담담하고 믿을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건, 두 사람이 하나의 시간을 공유하지만 ‘두 사람’이 공유하는 하나의 것이라는 데 함정이 있다.
사랑에 열중하는 동안에는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건 착각 일뿐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게 사랑이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이고, 덜 사랑하는 사람이 강자가 될 수밖에 없는 건 둘이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증거다. 하나가 된다는 건, 강자도 약자도 없이 평등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랑은 후회의 연속이네요.”
“이런 건 아니었는데, 라는 싸움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어째서 인간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걸까요?”
“내 말이. 어느새 좋아하고 있으니.”
“때로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 손바닥의 눈처럼: 유이카와 케이)
둘이 하나가 될 수 없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변하지 않을 것 같아도 변하기 마련이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때로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면서 사람은 성장해간다.
어쩌면 사람이 동물보다 더 똑똑해진 건,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사랑을 통해서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도.
사랑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인내’이고 ‘희생’이고 ‘자애로움’이니까.
세상엔 여러 종류, 다양한 빛깔의 사랑이 있다. 나처럼 한 남자와 아이 둘 낳으며 사는 평범한 사랑도 있고, 만난 지 보름 만에 결혼을 결정해버리는 급한 사랑도 있으며, 기혼자에게 연정을 품는 비밀스런 사랑도 있다. 나는 그 어떤 종류라도 비판받아야 할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사랑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도록 인정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리라.
(가능하다면 여러 종류의 사랑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안된다면 ‘일곱 빛깔 사랑’과도 같은 소설을 통해서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