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미식가이면서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 다른 하나는 미식가이면서 직접 만들어 먹지 않는 사람. 신혼 때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칠 일을(?) 외식했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연일 터져 나오는 음식과 관련한 사건 사고 보도로 외식 보다는 집 밥을 선호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이 되었다. 음식도 책을 통해 배우다보니 어지간한 요리책은 다 찾아 읽어봤는데, 한영실 교수의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은 그동안 내가 봐온 요리책과는 많은 점이 달라서 신선했다.
이 책은 보통의 요리책이 아니다. 장르를 굳이 따져본다면 ‘푸드 에세이’정도 될 텐데 에세이 한 토막과 요리법 두 개가 세트로 이루어져 읽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를 모두 충족시켜준다. 단순히 요리의 레시피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식품영양학 교수답게 상황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를 설명하고, 그 영양소가 풍부한 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어 실전 활용도가 높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래서 가족을 위한 ‘집 밥다운 집 밥’ 레시피를 찾는 주부들이라면 분명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게다. 게다가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단 한 가지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언젠가부터 푸근하고 푸짐해야 할 집 밥이 세련되고 예쁜 모양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변했다. 마치 식당에서 차려져 나오는 것처럼 근사한 식탁이어야만 정성이 들어간 집 밥 인양 굳이 직접 만든 것을 강조하며 저녁 상차림을 사진으로 찍어 경쟁적으로 SNS 또는 블로그에 올리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만드는 사람도 힘들고 먹는 사람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리책 중에서도 그런 요리책이 있다. 맛은 있어 보이는데 왠지 정겨운 느낌은 아닌.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은 자애로운 엄마가 차려주는 시골 밥상이다. 내 아이에게 차려주고 싶은 밥상 역시 그렇다. 세련된 요리를 찾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다소 밋밋하겠지만, 윤기가 좔좔 흐르는 따끈한 밥이 한 상 차려진 엄마의 밥상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요리책보다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