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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1

[만화] 심야식당 11

아베 야로 글,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딱히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속이 허전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꼭 위를 채워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이번만큼은 절대 안 먹을 거야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자정에 시작되는 라디오 시그널 소리를 듣는 순간 식욕은 수직 상승한다. 결국 냉장고 문을 연다.

냉동실에서 떡국 떡과 만두 몇 개를 꺼내어 양념을 자작하게 졸인 떡볶이를 만들고 만두를 쪄냈다. 빨갛고 윤기가 흐르는 떡볶이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앞에 두고 책장 앞을 한참 동안 서성이다심야식당을 한 권 뽑아들었다. 이번엔 11권이다.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구입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살림하는 게 기뻐진다. 이미 플러스 사이즈여서 하루라도 빨리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그런 낮의 걱정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밤의 시간을 마음껏 즐기는 중이다. 역시 음식 중의 최고는 야식!

 

심야식당 11에는 나 어릴 적 엄마의 요리책에서 보던 닭다리 구이와 닭 튤립, 문어빵, 콘버터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줄줄이 등장해서 애착이 간다.

늘 씩씩하고 기운차서 대장부 같은 프리 카메라맨 테루코양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심야식당을 찾아 양상추 볶음밥을 먹곤 한다. 함께 일하는 띠 동갑 연하 오키타는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 어느 날 소리 없이 사라진 테루코, 알고 보니 그녀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테루코는 몸이 아픈 자신의 처지 때문에 오키타의 사랑을 거부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그 외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적 음식을 찾는, 그리고 그 음식으로 인해 가족을 찾게 된 아베와 나유씨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닭다리 구이와 닭 튤립. 죽은 남편까지 모두 네 명의 남편을 둔 여배우 마리에 하루나의 돼지고기 된장국,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진 맹인 안마사 이치씨와 미카씨의 콘버터 등 오늘도 심야식당에는 소박하지만 힘이 되어 주는 따뜻한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14개의 에피소드들 중 문어빵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버림받은 사람의 미래 설계라는 부제를 짓고 싶다. 코스프레 술집에서 일하는 미이나씨는 문어빵 기구를 사와서 마스터에게 문어빵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함께 떠났다며 하소연하고 울던 그녀는 겨울이 되면 산타클로스 일을 하려고 오는 핀란드 할아버지 마르코를 만나게 되고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떠났던 남자친구가 돌아오자 미이나씨는 남자친구에게로 되돌아가고 혼자 남은 마르코씨는 크리스마스가 지났음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예의 산타 얼굴을 하고서 문어빵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고향에서 문어빵 가게를 열겠다는 야무진 각오로. 참으로 다부진 버림받은 사람의 미래 설계다.

 

심야식당 11권을 읽으며 키득거리면서 혼자 야식을 먹는 일, 의외로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 뱃살은 좀 더 나오고 위산이 과다 분비되기는 하겠지만. 다이어트는 내일로 미뤄두기로 하고 마음껏 먹고 즐겼더니 어느새 새벽 세 시가 되었다. 테루코양이 양상추 볶음밥을 먹던 게 새벽 네 시니까 아직 이른 시간이라고 자위하며 설거지 거리를 쌓아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 보람찬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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