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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가, 그 공간

[도서] 그 작가, 그 공간

최재봉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집이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자 사회적인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이고, 체면을 위한 가면을 벗고 최대한의 본능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입 벌리고 침 흘리며 잠을 자든 만화책을 펼쳐놓은 채 라면을 후루룩 거리든, 샤워 후 벌거벗고 돌아다니든, 냄새나는 방귀를 뿡뿡 뀌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소다.

  뿐만 아니라 집은 개인의 취향을 마음 놓고 드러내도 되는 곳이다. 그래서 애주가의 집에는 각종 진귀한 술을 모아놓은 장식장이, 애서가의 집에는 두 겹씩 책이 꽂혀있는 책꽂이가 있다.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나를 더 진솔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고 나서 더 친해지게 되는 건 제3의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던 표정과 행동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건 꼭 가까이 사는, 혹은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 작가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10대 아이들이 자신의 우상인 아이돌 가수가 사는 집을 궁금해 하듯, 나는 작가들의 집 혹은 머무는 공간을 궁금해 한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있는지 작가의 방을 소개한 책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작가, 그 공간한겨레문학기자 최재봉이 20119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한겨레에 연재한 최재봉의 공간원고들을 모은 책이다. 책에는 28명의 작가가 머무는 집, 작업실, -그러니까 그들만의 공간-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연희로 큰길가에 있는 작은 오피스텔에 책상만 딸랑 두 개 놓고 글 쓰는데 집중하는 소설가 박민규의 작업실, 제주에 자리 잡은 제주 출신 번역가 김석희의 자택, 책과 메모로 가득한 13층 아파트에서 여전히 소설 월평을 쓰는 원로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의 자택 등 각기 다른 지역, 다른 분위기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생산하는 그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채워져 있다. 그건 글을 쓴 저자와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의 솜씨이기도 하겠지만, 그에 앞서 문장과 열정으로 채워진 그들만의 공간을 직접 취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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