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나의 아름다운 책방

[도서] 나의 아름다운 책방

로널드 라이스 편/박상은,이현수 공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일단 두툼하다. 519페이지에 달한다. 옮긴이의 말까지 포함하면 522페이지.

500페이지 넘게 모두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각각의 저자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독립 서점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거의 세뇌 수준이다.

나의 아름다운 책방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에는 작가들이 아지트로 삼는 서점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글을 읽다보면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에게서 받는 친밀감이 느껴진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단골 서점을 자랑하는데 (어떤 이들은 자랑의 수준을 넘어 찬양을 한다.) 대형체인서점에만 들락거리는(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의)나로서는 이들이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작가들이 소개하는 각각의 서점들은 대단히 이상적이다. 그들이 사랑하는 그곳에서는 책과 문구류(이 둘은 떨어질 수 없는 존재), 커피(이 셋도 떨어질 수 없는 존재)를 팔고 낭송회를 열며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서점 주인이나 직원은 손님에게 재밌는 책을 권하고, 특별히 단골손님에게는 그가 흥미를 가질 법한 책을 골라 추천한다. 이런 동네 책방이 우리나라에선 몇 군데나 될까? 주인과 교류할 수 있던 책방은 대부분 사라졌고 그나마 남아있는 곳은 초중고생 참고서 편집숍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서글픈 현실이다.

클라우드 아클라스의 저자 리암 캘러난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위치한 보즈웰 북 컴퍼니를 이용하는데, 책방의 주인의 이름이 다니엘 골딘이라고 한다. 저자의 아이들은 이 집을 보즈웰 서점이 아니라 다니엘네로 불렀다고 하는데, 이런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서점을 내 아이들은 경험할 수 없다는 참 아쉬웠다. 내 아이들은 주로 문고를 다니는데(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점이다. 집 근처에 있던 문고도 철수하고 문고만 남았다) 아이들은 대형마트와 문고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마트 다니듯 쉽고 편리하게 서점을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이나 교류를 느낄 수 없어 아무래도 삭막하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서점 이야기를 읽으면서 길게 또는 짧게, 높고 또는 낮게 탄식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부러워서.

 

다만 셰헤라자데가 밤마다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끝도 없이 펼쳐지는 서점 이야기는 독자를 조금 지치게 만든다. 처음엔 이 서점 열차에 즐거운 마음으로 탑승했는데 67일이 지나도 차창 밖의 풍경이 대평야 일 때의 그 지루함, 단조로움이랄까.

어지간히 서점 성애자인 나도 480페이지쯤 가서는 기진맥진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단골 서점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사라져가는 무언가를-그것이 시간이든 장소이든, 사람이든-추억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세상이 디지털화 될수록 사라져가는 것들이 있는데, 종이책이 가득한 동네 책방도 그 중 하나이다. 읽으려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자책이 등장해서이기도 하고, 대형 체인 서점에 혹은 인터넷 서점에 밀려서이기도 하고.

먼 훗날 미래의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서점에서 작가와 독자가 교류를 하고 낭송회도 했었다며! 서점 주인이 손님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신기해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