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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거미원숭이

[도서] 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저/안자이 미즈마루 그림/김춘미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무라카미 하루키의 밤의 거미 원숭이는 일본에서 1995,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에 출간된 초단편집이다. 실제 글이 써진 시기는 1985~1987, 1993~1995년으로 거의 삼십년 전 젊은 하루키가 쓴 글이다.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스토리처럼 짧은 형식인데 워낙 뜬금없는 내용이라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읽으면서도 헷갈린다. 하루키 본인은 마음 내키는 대로 즐겁게 쓴 글이라고 밝힌다.

(책의 사이즈도 손바닥만 하다.)

 

1부는 J.프레스 라는 이름의 양복을 위해, 2부는 파카 만년필을 위해 써진 글들이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쓰고 안자이 미즈마루는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 덤처럼 제품 광고를 실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에 잡지 광고에서 시도한 형식 같기도 하다.

 

표제작 밤의 거미 원숭이에는 거미 원숭이가 등장한다. 그것도 밤에. (제목에 충실한 본문이다.) 새벽 두시, 주인공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다. 그 때 창문을 억지로 열면서 거미원숭이가 들어온다. 주인공은 거미원숭이에게 누구냐고 묻지만 거미 원숭이는 답은 안하고 그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 주인공은 흉내 내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원숭이는 그 말 역시 되풀이한다. 어떤 말을 해도 그대로 따라하는 거미 원숭이. 하는 수 없이 주인공은 워드프로세서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놈의 원숭이, 주인공이 글을 쓸 때마다 복사키를 누른다. 이게 끝!

 

거미 원숭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동물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원숭이이긴 했다. 네 발이 거미처럼 길어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한밤중에 글을 쓰는 사람에게 떡 하니 나타나 길고 긴 발로 워드프로세서의 복사키를 누르는 거미 원숭이를 상상하니 픽 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내가 독후감을 쓰는 지금 이 시간도 한밤중인데 (새벽110분이니 거의 근접한 시간) 갑자기 거미 원숭이가 열리지 않는 창을 억지로 열고 들어와 내 말을 따라 한다고 상상해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역시 이런 시시껄렁한 생각을 하는 건 하루키가 최고!

그 외에도 하루키의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와타나베 노보루의 이야기,(와타나베 노보루는 사실 안자이 미즈마루의 본명) 도넛화 등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이야기와 이건 분명 실화일거란 의심을 갖게 하는 픽션 인 듯 픽션 아닌 픽션 같은 이야기들이 골고루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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