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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서재에서 시작되었다

[도서] 내 인생은 서재에서 시작되었다

정윤희,박환희 등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월간 출판저널의 발행인이자 건국대 겸임교수인 정윤희씨와 출판저널 기자 박환희씨가 엮은

내 인생은 서재에서 시작되었다는 우리가 제목에서 흔히 기대할 수 있는 지식인들의 서재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임수식 작가가 조선후기 회화의 표현양식 중 하나인 책가도를 사진으로 재해석한 서가 사진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책가도는 책장에 책이 가득 꽂혀있는 그림으로 풍경을 배제하고 오로지 서가에만 집중한 그림이다. 조선 후기의 책가도는 고풍스럽기도 하고 겨울철의 아랫목처럼 아늑한 맛도 있는데 사진으로 보는 책가도는 낯설다. 살풍경하다.

서재에 대한 사진과 글이 실린 책을 여러 권 읽다보니 나도 모르는 선입견이 생겨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보니 담백한 맛은 있더라.

 

이 책에 실린 12명의 명사들의 직업은 사진가, 작가, 기생충학자, 교수, 한의사 등 직업적으로 책과 가까이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책가도로 그들의 서재를 보니 솜씨 좋은 기술자의 연장 가방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책과 물리적으로 가까이하는 것 뿐 아니라 읽는 다는 것은 요즘처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유행 앞에서 묵묵히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과 비슷하다. 취미가 무어냐고 누군가 내게 물을 때 독서라고 대답하면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런 거 말고요. 진짜 취미요~’

입시나 입사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독서를 한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고 시간이 많은 사람으로 보는 현실이 아쉽다. 책 읽는 사람은 이 시대의 지렁이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느리지만 지렁이가 살아야 흙이 사는 것처럼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야 각박한 이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윤활제 역할을 하는 것도 독서의 힘이 다. 다행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고 있다. 나만 읽는 게 아니다. 종이책이 몰락할 것이라고 다들 염려했지만 종이책만 고집하는 외골수들은 여전하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땅 속 지렁이처럼. 나는 이렇게 믿고 싶다.

 

독서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컴퓨터는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담을 수 있고 그 뜻도 읊을 수 있다. 또 내용을 영상으로 담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자신의 상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독서로 인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에 등장하는 명사 중 한 사람인 왕상한 교수는 아이들을 위해 책 읽는 선생님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 분은 도서관에서 오래 계셨던 분인데 아이들 책을 골라 주기도 하고 읽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신 영어과외는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은 촌티난다고 표현했지만 참신한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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