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다니까. 만약 내가 뭐든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너희들보다 오래 살았기 때문이야. 무진장 실패한 경험이 있거든. 게다가 그런 식으로 느끼게 해준 것은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좋은 사람이 되거든. 그 사람이 좋으면 점점 호감을 사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아마 나도 너희들과 있을 때는 평소의 나보다 수준을 높이는 걸 거야. ”
(트리하우스 중 츠루카메의 말)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사라졌다. 모든 짐과 휴대전화까지도 그대로 둔 채. 마리아는 남편 오노데라를 기다리다가 추억이 장소를 찾아가보자는 마음이 문득 들어 혼전 여행을 갔던 하트 섬으로 떠난다. 남편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섬에 도착한 마리아는 그곳에서 제일 구석진 곳을 찾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종점으로 향한다. 막상 종점에 도착해도 정해진 갈 곳이 없던 그녀. 우연히 50대 전후의 낯선 여인을 만난다.
흰 머리가 섞인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몸뻬 같은 바지에다 위에는 천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기모노풍의 옷을 개성 있게 입은 그녀의 이름은 츠루카메. 츠루카메는 마리아에게 함께 식사할 것을 권한다. 배 멀미와 쌓인 피로로 힘들었던 마리아는 츠루카메를 따라 나서고 그녀가 조산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평범한 가정집 같은 모습의 조산원의 이름은 츠루카메 조산원. 그곳은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곳이었다. 그 날 이후로 열 달 동안 마리아는 츠루카메 조산원에 머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달팽이 식당의 저가 오가와 이토의 『트리 하우스』는 전작처럼 밝고 따듯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트리 하우스를 읽으며 솟아오르는 식욕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음식을 소재로 한 소설이 아닌데도 그렇다. 밝고 따듯하고 기분 좋은 뜨거운 날씨와 싱그러운 바람이 느껴지는 소설의 분위기덕이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다면 참 좋겠다. 츠루카메 선생과 같은 사람이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내내 생각했다.
책장을 열면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을 만나면 주위 상황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된다. 평소에는 거슬리던 아이들의 울음소리, 빵빵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트럭의 소음도 백색소음이 되버린다. 이런 책을 만나면 굉장히 든든하다. 일상에 지쳐 짜증이 솟구칠 때 잠시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장에 고요히 꽂혀 있지만 뽑아서 책장을 여는 순간 새로운 문이 열린다. 이 때만큼은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이 부럽지 않다.
『트리 하우스』도 그런 책들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