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
비록 직업은 일반 사무직이지만.
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집 담보로 대출 받은 돈을 몽땅 갚아야겠지만.
(그리고 다시 대출 받아야하지만.)
서른여섯의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 다니는 여자에겐 작업실은 사치가 아니다.
사치라 함은 자기가 살 수 있는 한도보다 더 큰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사치가 될 수 없다. 가질 수 없는 너..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굳이 비유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성시경과 둘이서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서로의 일상을 털어놓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이루어질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꿈.
그래도 나는 작업실을 갖고 싶다. 해변의 오두막, 통유리로 들어오는 햇빛, 뜨거움을 막기 위한 하얀색의 가벼운 커튼, 책을 쌓아놓아도 좁지 않을 만큼 넉넉한 사이즈의 책상과 한 번 앉으면 절대 일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안락한 의자, 언제든 끓일 수 있는 찻주전자와 소박한 머그잔. 보드라운 짧은 털의 러그까지 있다면 더 좋겠다.
오두막 앞에는 커다란 화기가 있고, 그 안의 싱그러운 꽃들, 진한색이면 더욱 좋겠다.
여름엔 문을 열어두고 음악을 틀고, 겨울엔 리스를 만들어 문 앞에 달아놔야지.
생각만으로도 룰루룰루 신이 난다. 하지만 현실은 ‘은밀하게 도피할 나만의 장소’도 없고, 나만의 장소를 만들 땅도 없고, 돈도 없다. 가장 슬픈 사실은 작업실을 만들 명분이 없다는 것.
「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이미 작업실을 소유하고 있는 작가, 미술가, 음악가, 원예가 등의 공간을 감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표지의 독특한 오두막은 정원 가꾸기 전문가 패트릭 콘타도와 로빈 로슬락의 공간인데 정원 작업을 위해 지어졌다.
정원 가꾸기 전문가답게 오두막 앞의 크고 화려한 꽃이 인상적이다.
내 상황, 처지로는 이런 멋진 작업실을 갖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타인의 작업실을 엿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가질 순 없지만 마음껏 상상할 수는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