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자유대학 동양미술사학과 교수 이정희씨는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노은님은 구석기 시대의 제사장 같이 엄격하고 심각하면서, 꽃밭에서 뛰어노는 아이같이 순수하고 천진한 두 모습을 가지고 있는 여자다. 이 극과 극의 두 세계가 서로 조화되어 그만이 만들 수 있는 독특한 생명체를 작품 속에 탄생시킨다. 이 생명체들은 우리로 하여금 우선 ”이건 나도 그릴 수 있다“는 착각을 주지만, 그 순간 우리는 노인님의 모방인이 될 뿐 그와 같은 예술가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화가 노은님은 면사무소 결핵관리 요원으로 근무하다가 독일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던 그녀는, 그림을 그리며 외롭고 고달픈 시간을 견뎌냈다. 우연히 노은님의 그림을 본 병원장은 그녀에게 그림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볼 것을 권유하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간호보조원에서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식물, 물고기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그녀의 그림에 대해 혹자는 ‘이런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겠다’고 말하고, 또 혹자는 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정희 교수의 말처럼‘나도 그릴 수 있다’는 착각은 노은님의 모방인이 될지언정 그녀와 같은 예술가는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노은님의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 한편으로 보면 화려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치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화려하게 느끼던, 유치하게 느끼던 그녀의 그림은 보면 볼수록 자유로움과 천진난만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보면 바쁜 일상에서 받던 스트레스가 스르르 풀린다. 괴로웠던 마음이 훌훌 날아간다.
그녀가 천생 예술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까닭은 그림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아티스트는 하늘아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모든 시련과 역경을 딛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낸 그녀가 참 멋지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창작 활동을 해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반갑고 즐거웠다. 부디 건강해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