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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도서]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이주은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에야, 왜 이 책을 골라 읽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림에 관심을 갖았던 건 초등학생 때부터였다. 명탐정 콜롬보라는 책에 등장하는 드가의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림에 대한 첫 기억이다. 중 고등학생 때는 르누아르와 모네를 좋아했고, 재수하던 시절에는 쇠라에 푹 빠졌었다. 직장 다니면서부터 에드워드 호퍼에 미쳤었고, 최근에는 이왈종, 에바 알머슨, 이쾌대를 좋아한다.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미술평론가 이주은 교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술계에서 그녀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분을 참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분이 쓴 글을 굉장히 좋아한다. 차분하고 지적이면서 결코 있는 척 하지 않는, 겸손한 글. 문득문득 깊은 사색이 담겨 독자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주는 글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19세기 말, 20세기 초를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 -아름다운 시절, 좋은 시절)라 하는데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는 그 시절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내 기억에 남는 그림은 장 베네의 살로메, 타마라 드 렘피카의 다플리토 후작, 뤼시앵 두세의 로베르 몽테스키외, 표지 그림이었던 에리크 베렌스키올의 기억, 구스타프 클림트의 관 위의 마리아 뭉크, 마네의 그림 중 그나마 덜 알려진 에두아르 마네의 제비꽃 다발등이다. 요한의 목을 잘라 쟁반에 받치고 서 있는 살로메의 선명한 표정, 21세기에도 스타일리시하고 섹시하게 보이는 다플리토 후작, 지금 보아도 세련된 로베르 몽테스키외, 몽환적이었던 관 위의 마리아 뭉크, 수수한 제비꽃 다발 그림을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시각으로 해석했을까?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을까?

  

나는 벨 에포크 시대의 그림을 보면서 문득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시점을 떠올렸다.

90년대 후반,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언론에서는 새 시대로의 순조로운 이행을 기원하면서도 Y2K를 대서특필하며 불안감을 조성했었다. 새천년을 기념한 각종 행사들이 기획되었고, 심지어 밀레니엄 베이비를 출산해 새로운 베이비붐이 조성되기도 하던 그 시절.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나 자신의 급격한 성장에 당혹스러워 하던 그 때를 떠올려보았다.

정체 모를 자신감과 불안함에 안절부절 했던 그 시절의 나.

  

비전을 상실한 군중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들은 불안한 가운데 그저 의미 없이 말만 퍼뜨리는 소란스러운 집단으로 남게 될 가능성도 짙다. 세기말은 이렇듯 갑작스럽게 사회의 주인이 되어 뚜렷한 꿈도 없이 우르르 이리 몰렸다가 저리로 몰려가는 변덕스런 군중과 더불어 조마조마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시 인파에 떠밀려 방향도 모르는 곳, 원치도 않는 곳을 향해 멈출 수도 없이 마냥 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는 않은지..”

(본문 중에서)

  

인파에 떠밀려 방향도 모르는 곳, 원치도 않는 곳을 향해 마냥 걸음을 재촉하는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다른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시를 읽고, 필사를 하고, 그림을 보고 꽃을 가꾼다. 평범함 대신 외롭지만 아웃사이더의 길을 선택한 것은 결코 인파에 떠밀리지 않기 위해, 남들을 쫒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이 책을 왜 골랐는지를 깨달았다. 역설적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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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리뷰 첫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미술에 관한 책인 듯 한데... 책에 대한 감상과 함께 제니님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네요~ 참, 중간에 영문으로 계속 나오는 건 오류인가요?^^;;

    2016.03.28 09:51 댓글쓰기
  • 제니

    넵~ 이유를 모르겠으나.. 제 노트북으로 작성하고 리뷰를 올리면 꼭 저렇게 뭔가가 뜨더라고요. 그래서 데스크탑으로 굳이 다시 들어가 삭제를 해야 없어져요.. ㅡㅡ 이유를 모르겠어요... 검색도 해봤는데 딱히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더라고요.. ㅜ.ㅜ

    2016.04.28 21:14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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