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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도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그림/김호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내가 가진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초판7쇄로, 20008월에 나온 책이다. 출판사는 열린 책들’. 현재 이 책은 절판되었고 열린 책들 자회사인 별천지에서 출간된 것이 유통되고 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내가 고3일 때 유행했던 책이다. 친한 아이들끼리 서로 서로 선물해주곤 했는데, 나는 받지는 못했고 대신 누군가가 선물 받은 책을 잠깐 빌려 점심시간이었는지, 야간자율학습 시간이었는지.. 하여튼 학교에서 잠깐 읽고 되돌려 주고 말았다. 그렇게 스쳐 지나간 책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처럼 여유가 생기자 얼굴 빨개지는 아이부터 구입했다. 그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처음 유행하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TV에서 소개된 후 다시 이 책은 유행하기 시작했다. 책도 미디어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는다는 게 놀라웠다. 연예인들이 등장해서 책 이름을 말하면 금방 이슈화 되는 현실이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그건 긍정적인 일이든, 부정적인 일이든 미디어가 충분히 사람들을 선동 시킬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그 때도 나의 초판7,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책장 깊숙한 곳에 꽂혀 있었다. 열한 번쯤 읽고 그렇게 넣어두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아니 사실은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조금 흔들거리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책장 깊숙이에서 꺼낸 책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온 아이 꼴을 하고 있었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쌓였던 먼지가 흘러나와 계속해서 잔기침이 나왔다.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아무 이유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 까이유와 아무 이유 없이 재채기를 하는 아이 르네 라토의 이야기이다.

마르슬랭 까이유는 얼굴 빨개지는 아이다. 원인 불명의 이 질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도 들락거렸지만 고칠 수는 없었다. 그럭저럭 학교생활은 하지만 점점 더 친구들과 멀어지기 시작하던 즈음, 까이유는 아무 이유 없이 재채기를 하는 아이 르네 라토를 만나게 된다. 둘은 금세 친해지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된다.

항상 함께 시간을 보내던 두 아이는 르네 라토가 이사를 가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어른이 된 마르슬랭 까이유와 르네 라토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우연히 버스 안에서 재회를 한다. 그리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된다. 아무것도,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진정한 친구 사이.

  

세상을 살면서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여자들의 세계에서는 시기질투 없이 오롯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다. 서로 사는 형편이나 생활 습관, 취미, 아이들의 성향이 비슷할 때에는 허물없이 편한 마음으로 가까이 지내다가도 한쪽의 경제 사정이 갑자기 좋아진다거나 혹은 갑자기 나빠질 때, 한 쪽 집 아이의 성적이 월등히 높고 다른 집 아이의 무한정 곤두박질 쳤을 때 둘의 사이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함께 있으면서 결코 지루하지 않은 친구를 만든다는 건, 그것도 여자 친구를 만든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답답한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아서 문득 이 책이 생각났는지도 모른다. 그 옛날 내가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둔 구절이 있다.

  

내가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이 두 친구가 자신들의 일에 떠밀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사실, 삶이란 대게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리고는,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게다가 그들은 아주 자주 만났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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