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소리를 잃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소리를 못 듣는 자기 대신 잘 들어주었으면 하고 ’베니‘라는 귀가 큰 토끼 캐릭터를 만들었다. ‘베니’그림으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희망을 주기도 했지만 몇 년 전, 시력까지 잃게 되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 살던 그녀는 지금 빛까지 사라지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슬프지 않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따뜻한 손이 남아 있고, 아직 말할 수 있는 입술,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가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작가 소개 중.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고 소란스러워도 괜찮다. 그녀는 새벽에 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옹달샘이 있을 법한 조용하고 고요한 곳에 살고 있으니까.
잔혹하고 끔직한 광경이 펼쳐져도 괜찮다. 그녀는 밝은 햇살과 예쁜 무지개와 색색의 꽃들이 피어있는 곳에서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할 수만 있다면 신에게 구 작가를 대신 해서라도 항의 하고 싶다. 얼마나 절망적이고 힘들지,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녀는 괜찮다고 말한다. 슬프지 않다고 말한다. ‘따뜻한 손이 남아 있고, 말할 수 있는 입술,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가 남아 있다면서.
심지어 위즈덤 하우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좌절할 수 있고, 하루는 감격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우울해도 괜찮고 또 하루는 신나도 괜찮아요. 넘어질 것 같으면 그냥 넘어지려고요. 안 넘어지려고 애 쓰는 게 더 힘이 많이 드니까요. 넘어져도 괜찮고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어떤 하루든 소중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걸. ‘당신의 삶도 소중하다는’걸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하는 조용하고 따듯한, 힘이 되는 말처럼, 「그래도 괜찮은 하루」에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상황, 그리고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차분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담하게 펼쳐져있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의 내 생활을 돌이켜봤다. 꽤 아팠던 나날들, 목숨을 잃게 될까 두려워했던 순간들, 그 모든 걱정이 해소되었을 때의 후련함.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
그리고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사람이 보내는 역설적인 긍정적 에너지 덕분에 휘청거리던 내 마음이 진정됐다.
구 작가가 부디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용돌이를 일으킬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킬 그 무언가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녀를 계속해서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녀의 건강과 기쁨을 빌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