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가까운 친구보다 낯선 이가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말쑥하고 부티 나는 사람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고 느슨한 사람이 편하다.
조금은 사는 형편이 어려울지라도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가득하다. 나는 이런 이들을 ‘사람 냄새’난다고 말한다.
유성용은 스쿠터를 타고 전국 다방 기행을 떠났다. 이런 그를 보고 친구들은 ‘아주 재밌겠다고 하지만, 왜 하필 다방이냐고, 다방 아가씨들 오봉에 페티시 있냐고 짓궂게 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우스운 사실은 유성용 자신도 이유를 모른다는 점. 왜 전국 다방 기행을 떠나는지에 대한 이유를, 여행을 떠나는 당사자가 모른다는 점.
“ 새를 보고 허공의 깊이를 가늠하듯, 전국 이곳저곳 이제는 사라져가는 다방이 있어서 나는 이 여행의 아무런 성과 없는 허허로움을 위로받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나는 저자가 왜 다방 기행을 떠났는지 알 것도 같았다. 다방이 아니라도, 그는 떠났을 것이다. 전국 허름한 선술집 기행, 전국 구멍 밥집 기행, 이런 여행들을 떠났을 것이다. 저자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그는 적어도 성취지향적인 사람은 아닌 듯 했다. 마이너에 열광하고 쇠락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따뜻한 감성을 가진 사람.
잊혀진, 그리고 잊힐 것들을 그리워하는 그런 사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 세상에는 친구라 하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가끔씩 나풀거리는 인생들끼리 나누는 이런 별것 아닌 시간이 정답고 좋았다. 그러면서 아가씨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들었다. 하나같이 가슴 찡한 사연들이었지만 사실 그것들은 이 통속의 세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 이야기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것은 말하자면 나그네의 예의 같은 것이었으니까. ” (본문 중에서)
대진항 초양다방과 요술소주방, 사랑의 쉼터 금란 미용실, 경주시 불국동 맹물다방. 이런 곳들을 다니는 저자를 따라 나도 초양다방, 요술소주방, 금란 미용실, 맹물다방을 다녀왔다.
그의 글과 몇 장 안 되는 사진을 읽고 유심히 보았을 뿐인데, 직접 내가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거창하게 인생철학이 그려진 것도 아니고, 그저 스쿠터를 타고 전국의 다방을 들락거린 이야기일 뿐인데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이가 쓴 글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