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끝까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어른이 없다는 게 아닐까 싶다. 믿고 따를만한 어른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만의 착각 이었구나 깨닫게 되는 경험이 왕왕 있다. 유명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대중매체로 유명세를 타고, 강연을 하고 책도 펴내 길래 열심히 보고 듣고 읽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실망을 주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 흔해빠진 일이 되어버렸다. 행복하라고, 사랑하라고 말한 행복 전도사라던 강사는 자살을 했고,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거침없이 생을 즐기며 사는 것 같던 사람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창완 아저씨가 쓴 「안녕, 나의 모든 하루」를 읽고 나서 편집자의 시선으로 생각해보았다.
원고를 청탁하고, 원고를 받고, 교정을 보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원고를 기다리고, 많은 사람들과 협력을 하고, 공을 들이고,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 과정의 연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책을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이 먼 훗날 누군가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증거물이 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문득 책의 뒤표지를 보았는데 ‘일상의 표정들에서 삶의 소중한 것을 길어 올리는 김창완의 낮은 시선, 높은 마음, 깊은 울림!’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아~ 그렇지. 맞아 그렇다.’라는 생각과 함께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주 먼 훗날, 혹시 김창완 아저씨가 변절(?)하여 우리를 실망시킬지라도, 지금은 소중히 아껴가며 읽고 싶다. ‘일상의 표정들에서 삶의 소중한 것을 길어 올리는..’ 등등으로 시작하는 출판사의 홍보 문구가 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인거라며 용기를 내고 힘도 내고 견뎌내라는 식의 설탕 바른 채찍질 또한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일상생활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백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간 그의 글은 소중한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일기 같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유모차 속의 아기를 보면서도 느끼는 작은 생각들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오롯이 담아 놓았다.
속된 말로 꼰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고,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나지막이 들려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심플한 그의 메시지가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느껴진다.
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