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남쪽의 섬에 가서 살 계획을 가졌던 마리. 답사 겸 떠난 남쪽 섬에서 마리는 운명처럼, - 운명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소박한- 조그만 빙수가게를 발견한다.
빙수가게 아주머니는 빙수를 먹고 나서 가게 근처를 한 바퀴 돌고 가라고 권하고, 마리는 아주머니를 따라 가게 근처를 산책한다. 옛 모습을 간직한 한가로운 해수욕장이며, 망고스틴 가로수길이며, 반얀트리며 언제까지나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멋진 풍경. 아주머니는 이 경치가 좋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고 웃으며 말한다. 순간 마리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자신 또한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고향인 니시이즈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마리는 고향으로 돌아와 남쪽 섬에 갔을 때 본 빙수가게처럼 작은 자신만의 빙수 가게를 연다. 그리고 화려하지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은 마리만의 심심하지만, 심심深深한 빙수를 만든다. “힘든 것에 비하면 시간은 아주 금세 지나가고, 거기에는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꿈을 이룬’ 신비한 반짝임은 분명히 존재”한 나날들을 보내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마리는 엄마 친구 딸인 하지메가 여름동안 자신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어릴 때 입은 화상으로 몸과 얼굴 오른쪽 절반에 까만 흉터가 있는 하지메는 이 사고로 화상을 입었어도 다행히 목숨은 건졌는데, 이 때 하지메를 구해준 할머니가 최근 사망해 큰 충격에 빠지면서 건강마저 악화 되 요양 차 마리네 집으로 오기로 한 것이다.
이 둘의 여름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천천히 소설을 읽는 동안 한여름의 활기참과 생명력이 느껴져서 나 또한 책 읽는 내내 업 된 기분이었다. 바다 내음과 까슬까슬한 모래 감촉, 부드럽고 밀도 높은 여름의 공기가 느껴져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살짝살짝 올라갔다.
바나나의 소설은 늘 그렇다. 꼬집어 이유를 말할 순 없지만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게 만들어준다. 돈, 명예, 지위 이런 것 모두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나 자신’의 행복을 지켜나가는 마음이라고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 망설임 없이 바나나의 새 소설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 이런 게 행복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