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이라 하면 누가 뭐라 해도 ‘단편’이지, 라고 생각했었다.
이건 무라카미 하루키라면 역시 ‘에세이’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동안 이렇게 생각해왔던 것이 그의 장편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을 읽고 깨달았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캐릭터의 힘으로 읽히는 소설이다. 한국 소설 중에서 이런 장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 ‘구동치’는 시리즈의 주인공이 될 만큼 꽤 멋지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소설은 가볍다. 그러나 경박하지는 않다. 소설의 구성이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그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는 점. 다만 조금 서글펐던 건 ‘작가의 말’이 화룡점정이었다는 사실.
“깊게 땅을 판 다음 음식물 쓰레기와 동물의 시체와 곰팡이와 사람의 땀과 녹슨 기계를 한데 묻고 50년 동안 숙성시키면” 나는 냄새 같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악취를 풍기는 악어 빌딩 지하에는 레스토랑을 하는 박찬일이 산다. 1층에는 철물점을 하는 백기현이, 2층에는 합기도 관장 차철호가, 3층에는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이빈일이, 그리고 4층에는 사설탐정 구동치가 산다.
이들의 이야기가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다. 이 소설만큼은 독후감에 줄거리를 쓰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 ‘구동치’와 악어빌딩의 인물들을 만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