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를 통해 이미 사노 요코가 시크하고 개성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자신의 죽음을 가지고도 이토록 쿨 하게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줄이야!
2010년 72세의 나이로 사노 요코는 이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사후 한국의 독자가 자신의 글을 읽고 이런 저런 깊은 생각에 빠기게 되리란 걸 상상하기나 했을까?
기껏해야 ‘내가 죽은 후에도 아지랑이가 낀 듯한 봄날의 산이 몽실몽실 웃음 짓고, 목련꽃도 벚꽃도 변함없이 피리라는 생각을 하면 분하다’(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 중에서)는 생각이나 했었지..
이 책의 원제는 ‘죽을 의욕 가득’이라고 한다. 이런 활기찬(?) 제목을 갖게 된 데에는 아들의 영향이 크다. 아들인 일러스트레이터 히로세 겐씨가 무심결에 “엄마, 왠지 요즘 죽을 의욕이 가득하네?”라고 말했다는데, 여기에서 비롯한 제목이라고 한다. (역시 그녀의 아들답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암의 가족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지만, 죽음을 코앞에 둔 경험이 두 차례나 있었기 때문이다. 첫 직장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나필락틱 쇼크로 나는 죽는다는 게 얼마나 순식간에,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체험했다.
죽는 건 정말 두렵다. 내가 일구어놓은 모든 것을 그냥 제자리에 두고 홀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또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 비참하고 서글프다.
하지만 사노 요코는 이렇게 말한다.
“요컨대 나 자신은 별것 아닌 존재죠. 마찬가지로 누군가 죽어도 곤란하지 않아요. 가령 지금 오바마가 죽어도 반드시 대타가 나오니까요. 누가 죽든 세계는 곤란해지지 않아요. 그러니 죽는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요란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죽으면 내 세계도 죽겠지만 우주가 소멸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소란 피우지 말았으면 해요. ”
이미 고인이 된 사노 요코가 정말 이렇게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사실은 마음속으로는 두려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거침없는 이런 발언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내 세계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게 가장 두렵다고 생각하는 나니까. 어쨌든, 죽을 의욕이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역설적으로 산다는 것의 기쁨, 건강한 몸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어쩌면 그녀는 죽음을 누구보다도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