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1104] 불펜의시간

자기가 볼넷을 던진 건 승부조작 때문이 아니라 승부조작을 제안받은 사실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였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는 사람도 없었다.    이 소설이 던지고 있는 질문 - 굳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가? 그렇지 않은 삶은 모습은 어떠한가? - 은 충분히 의미있고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는 조악한 설정과 구차한 낙관이 애매하게 뒤섞여 있는 그래서 흔하디 흔한 어설픈 데뷔작일 뿐이다.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2023.09.30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1103] 탱크

자꾸만 최악을 상상하는 것 역시 습관이고 습관은 종국에 인생을 바꾼단다. 최악을 상상하며 사는 인생이라니. 그건 좀 슬프지 않니. 나는 네 인생이 슬프지 않았으면 한다.    데뷔작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정도이지만,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찰떡 같이 붙어있질 않고 서로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그건 구성이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문장을 hook처럼 반복하는 것도, 갑자기 힘을 주는 듯한 문장이 드문드문 등장하는 것도, 동성애며 지구온난화며 한창 인기있는 소재들을 끌어다 쓰는 것도 뭔...

2023.09.27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5112] 손에땀을쥐게하는이야기를쓰는법

결점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물이 그 결점을 극복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야기에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 목표에 맞춰서 조직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독자가 계속 읽어나갈 수 있게 긴장감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렇게 한 점을 향해 수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담배 연기처럼 흐지부지 발산하는 형태의 글은 이야기가 될 수 없나? 그러니까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인물이 아니라, 모든 사건을 피해가면서 주저 앉아 있는 인물의 이야기도 소설이 될 수 있을까? 야망의 크기는 ...

2023.09.26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2181] 데빌스스타

당신은 나 없이도 아주 괜찮을 거야. 문제는 나와 함께여도 괜찮냐는 거지.   우리나라에서도 꽤 히트를 친 해리 홀레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스노우맨>일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스노우맨> 이전의 이야기이고, <스노우맨> 이전에 해리 홀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작품을 읽으면 된다.  꽤나 두툼한 소설이고 또 뻔하고 식상하기 쉬운 장르 소설을 그나마 다채롭게 하기 위해 서술 방식 등의 기술적 부분까지도 작가가 마치 등장인물인 해...

2023.09.22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2180] 친구

뭔가 쓰려는 건 그걸 붙들고 싶기 때문이거든. 경험에 대해 쓰는 이유의 절반은 그 일의 의미를 알기 위해, 절반은 그 일을 시간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지. 망각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지만 늘 반대 현상이 생길 위험이 있지. 경험 자체의 기억을 경험을 쓴 기억에 뺏기는 거야.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사실 거기서 찍은 사진들에 대한 기억이듯이. 결국 글과 사진은 과거를 간직하기보단 과거를 망치지.    섹슈얼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선망의 대상이었다가 평생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버린 한때 스승이었던 작가가 자살...

2023.09.18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1102] 자본주의의적

인생이 뭔지는 모르지만 뜨개질과 같은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놓인 시간들을 일초 일초 버티다보면 언젠가 죽어 있는 그런 것.    그 나이대 다른 작가들과 달리 글이 구태의연하지도, 그렇다고 중늙은이가 young한 감각을 뽐내겠다고 애쓰는 바람에 촌스럽지도 않은 것은 장점이다. 그리고 개인사를 소재로 한 사소설에 가까운 소설들은 잘 읽히고 읽을만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낸 작품들은 별로였다. 그게 아마 데뷔한지 한참 지난 소설가지만 발표한 작품은 얼마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

2023.09.15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5111] 나는왜무기력을되풀이하는가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모든 것이 도구화된 세상에 살다보니 인간도 자기 손으로 만든 기계의 일부처럼 되어버렸다. 인간은 타인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며, 그러느라 자유로운 인간의 진짜 확신의 근거가 될 자아를 상실했다.    결국 진짜 나를 찾으라는거고, 그에 대한 답은 니체가 했듯이 아이처럼 살라는 것인데, 문제는 진정한 나라는게 과연 존재할 수 있는건지 그것 역시 누군가 혹은 내가 만들어 낸 환영에 불과한 것을 아닐지?   그래도 인간의 삶의 의미는 인간 존재의 모순과...

2023.09.14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3030] AI시대 본능의미래

하모니는 당신을 당신으로 만드는 게 뭔지 전부 알게 될 때까지 당신에 관해 체계적으로 알아내려고 해요. 빈 공간이 전부 다 찰 때까지요.   리얼돌/섹스로봇, 배양육/비건미트, 인공자궁과 자살기계 인간은 스스로의 통제력을 높히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그게 과연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스스로도 그다지 깊이 있는 질문과 대답을 가지지 못했으면서, 아니 그러니까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한껏 냉소적으로 빈정거리면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어...

2023.09.11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1101] 모즈가울부짖는밤

만약 내가 정말로 자살하려 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이다. 하지만 생각이 안 나니 되짚어봤자 의미가 없다.   기억을 잃어버린 여장남자 살인기계가 항문성교로 인하여 기억을 되찾는다는 설정이라니... 뭐 흔하디 흔한 일본식 스릴러고 그냥저냥 읽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 몰입감이 있는 수준은 아니다. 아무튼 일본에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런 류의 소설 시장이 엄청나게 큰 느낌이다.              

2023.09.09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1100] 우아하고감상적인일본야구

뭐지? 리치는 말했다. 길 잃은 개가 주인을 찾고 있는 거야. 나는 대답했다. “벌써 몇 년째 저렇게 밤이 되면 울면서 주인을 찾고 있어. 그렇지만 실제로 저 개는 한 번도 사람이 기른 적이 없어. 저놈은 어릴 적에 친절한 주인이 돌봐주다가 뭔가 잘못되어서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고 스스로 믿으려 하는 거야.”   나름의 기발한 설정과 재치있는 말장난들로 가득 차 있지만, 거기서 무엇을 찾든 보고 싶은 대로 뭔가를 볼 수 있는, 하지만 거기서 본 무언가가 내가 찾던 무언가는 결코 아닌, 뭐 하지만 그런 세부사항에...

2023.09.07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5110] 문학과철학이야기

작품을 통해서 객관화된 작가의 체험은 작가의 의식에 있어 하나의 사실로서 의식의 대상이 된다. 작가의 역할은 자기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인간 일반에 대한 어떤 사실을 인식의 대상으로서 제시하는데 있다. 아무리 개인적인 체험을 나타낸 것이긴 하지만 그 체험이 일단 인식의 대상으로서 객관화됐을 때, 그 대상은 작가 자신의 인식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 인식의 대상이 된다. 바로 여기에 독자의 존재가 위치한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문학과 철학은 어떻게 같으면서도 다른지, 시와 ...

2023.09.05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2179] 나무를심는사람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으로 쓰여진 아동을 위한 그림책이다. 매일매일 꾸준하게 성실하게 자기 할 일을 하다보면 숲도 만들 수 있나보다.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낸 숲을 보면 정말이지 뿌듯하겠네.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나간다면 좋겠지만, 그건 책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워낙 미니멀한 이야기라 딱히 느낀바는 없다.           

2023.09.04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5109] 슬픔을공부하는슬픔

인간에게 특정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결함이라는 것. 그러므로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어쩌면 작가의 정치적인 스탠스나 작품과 사회에 대한 해석에 모두 동의할 수 없을지는 모르나(특히 2010년 경에 쓴 글도 있고, 작가 역시 자신의 정치적인 스탠스를 내세우는 것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기도 하고), 현란하고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하는 말에 대하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

2023.09.03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2178] 아이는왜폴렌타속에서끓는가

줄서기는 고향에서 하나의 직업이다. 나에구 외삼촌과 그 아들들은 서로 교대해 가면서 밤낮으로 줄을 선다. 상점 바로 앞에 도달하면 그들은 지겹게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좋은 자리를 판매한다. 그런 다음 줄의 맨 끝으로 가서 다시 기다리기 시작한다.   약간 한 때 유행했던 공포 그림일기 와 같은 느낌을 주긴 하지만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작가 스스로 체화한 독보적인 스타일이 그만큼이나 파란만장했던 작가의 인생과 함께 돋보이는, 자꾸 곱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소설이다. 그에 비...

2023.09.02 공감 횟수 0 댓글 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