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진실에 대한 폭로가 더 이상 어떤 적극적인 실천의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우리들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짐짓 모르는 척 행동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비평가라지만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의 글이다. 꽤 두툼한 책인데 중간에 번역에 대한 비평을 하면서 자신이라면 이렇게 하겠다라고 쓴 글을 보면 분명 명확하고 말끔한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굳이 데리다나 들뢰즈 같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덕분에 글은 말장난과 작가가 하고 싶은 말들이 구분되지 않도록 난잡하게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계산된 분열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를 통해 의미를 종잡기가 쉽지 않다. 작가를 서문에서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의 단상이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생각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무슨 의도인지 알겠는데, 사실 난잡스러운 것들을 걷어내 보면 알맹이 혹은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저자의 문제의식이라는게 그렇게 많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난삽하고 길게 양을 늘려가며 글을 쓰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