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친구와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가까운 거리라 걸어서 가기로 하였고 조조 영화로 보았다. 관람객들은 이삼십 명 정도 되었을까. 오붓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겼다.
오랜만에 보는 현빈이다. 역시 장동건은 현빈의 상대역으로 나온다. 중후함이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나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현빈은 37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절대동안의 모습으로 날렵한 연기를 보여준다. 약간 털털하고 엇나간 듯한 말투도 사실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학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지 않음을, 백성과 조선의 안위에 대해 깊은 속마음을 느끼게 한다.
영화 <창궐>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액션블록버스터!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십 수 년 만에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강림대군 ‘이청’을 맡은 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으로 변신한 장동건의 상반된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을 이룬다. 장동건은 25년 만에 처음 출연하는 사극이라는데 왠지 칼은 들었지만 날렵하고 빠른 느낌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현빈과 상대역을 하게 된 것이 조금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그래도 권력을 향한 야심 있는 연기는 잘 표현한 것 같다. 죽어가면서도 왕의 붉은 옷을 걸치고 왕좌에 앉은 모습이 좀 짠해 보이더라는. ‘이청’과 함께 야귀 떼에 맞서 격렬한 대결을 펼치는 조우진, 이청을 보필하는 ‘학수’역의 정만식, ‘덕희’역의 이선빈, 스님 ‘대길’ 역의 조달환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
이청은 세자인 형 이영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원자를 잉태한 형수(경빈)을 청나라로 모시라는 형의 유지를 받들어 궁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제물포에 이르자 야귀 때문에 한 마을이 초토화되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흡혈귀같은 야귀가 사람을 피를 빨아먹고 그렇게 물린 사람이 다시 야귀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마을에서 함께 살던 사람들이 말이다. 밤에만 활동한다는 야귀.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언제 어느 때 야귀에게 당할지 모른다. 뛰어나 활 실력으로 마을 주민들을 지키는 덕희가 눈에 띈다. 왕자임에도 왕이 되겠다는 야심도 없어서 정치나 백성에 대해 관심 밖이던 이청은 덕희의 행동을 보면서 조금씩 달라져간다. 어떤 책임감 같은. 야귀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사를 보내달라는 마을사람들의 청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병권을 꽉 잡고 있는 병판 김자준의 야심을 어떻게 꺾을 수가 있을까.
한편 조정에는 이청의 아버지 이조 옆에서 조선의 개혁을 꿈꾸고 있는 야심만만한 병판 김자준이 야귀 때문에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체 했다는 것, 자신의 야심인 절대 권력을 위해서 세자인 이영을 모함에 빠뜨려 자결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청은 분노한다.
자신을 잡으러 온 군사를 물리치고 가까스로 궁에 도착한 이청은 아버지 이조의 무력함에 한숨이 나온다. 세자가 죽었다는 걸 알고 세자 책봉에 욕심이 있어서 온 것이냐 하면서, 변명이라도 하고 싶어서였을까 형이 죽은 것에 대해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잘못입니다.” 라는 뼈있는 말을 뱉으며 돌아 나온다.
충신이 죽어나가고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무력한 왕이 아들이 죽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야귀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붕에서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장면은 정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어떤 일이 잘못되고 손을 쓰지 않는 사이에 불처럼 번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처럼. 마을은 물론 궁에까지 번져서 급기야는 이조가 야귀가 된다. 이것을 야심만만한 김자준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김자준의 단칼에 이조는 죽어가는데... 이를 보고 이청은 물론 궁 사람들은 경악을 한다. 이제 이청은 김자준을 처치하고 조선을 구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되었음을 인식한다.
절실하면 통한다더니 고심한 끝에 화공법으로 야귀를 처단하려는 작전을 세운다. 과연 야귀 소탕 작전은 성공할 것인가. 호시탐탐 노리던 왕좌를 김자준은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를 본 후에 알게 되었는데 원래는 고인(故人)이 된 배우 김주혁이 세자 이영 역을 맡기로 예정되었던 모양이다. 그 빈자리를 다른 배우가 채우고 그 분위기에서 이래저래 출연진들에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부산행>과 내용이 비슷하다는 평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영화를 난 못 보았으니까. 조선시대라는 상황에 좀비와의 결합도 신선했고, 무엇보다 스크린을 장악한 현빈의 멋진 액션 연기 정~말 볼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