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나온 지 2004년이라니 꽤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이 영화와 똑같은 제목의 한국 영화도 있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다케우치 유코와 나카무라 시도가 나온다. 많은 드라마를 봤어도 남자 배우 나카무라 시도는 처음 본 것 같다.
숲속 묘지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이 나오고 친척들은 아이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등 안타까움을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아이는 유우지, 아빠(아이오)와 숲속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세 식구가 숲속을 산책하는 모습도 보이고 단란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어린 아들과 함께 지내는 마빠의 서툰 일상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아이는 엄마가 만들어주었던 동화책을 읽으며 비의 계절에 엄마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믿고 있는데. 장마가 시작되던 어느 날 대문 앞에 한 여자가 앉아있다. 아무리 보아도 죽은 미오의 얼굴이다. 아들과 아빠의 기쁨도 잠시, 그런데 미오는 이들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다.
엄마가 자기를 몰라본다고 유우지는 서운해 한다. 하지만 아이오는 조금 더 있으면 알게 될 거라며 유우지를 달래준다.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씩 사라지고 점차 원래 그 집 안 주인이었던 것처럼 집안 살림을 하고 요리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미오는 아이오에게 우리가 어떻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들려달라고 한다. 고2때 동급생이었던 미오와 아이오는 서로 각각 짝사랑을 하고 있었는데 둘은 눈치 채지 못했다. 육상 선수였던 아이오는 달리기를 하다가 다치면서 운동도 그만두고 사법서사 사무실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희귀병을 앓고 있는지 자주 쓰러진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미오를 좋아하지만 헤어졌다가 또 만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나 보다. 아이오는 미오를 행복하게 해 주지도 못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는데 미오는 그저 옆에 있었다는 것으로도 행복했었다고 한다. 풋풋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다.
장마 동안에만 함께 할 수 있는 운명이라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어서였을까. 판타지 기법을 가미하여 죽은 미오와 가족이 만나 6주 동안의 시간만큼 살아갈 수 있는 은혜를 베풀었다. 어느덧 장마가 끝나고 맑은 날씨가 되자 이들 가족의 안타까움은 극에 달한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자기가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고 유우지에게 계란 후라이를 예쁘게 만드는 법, 빨래를 너는 법 등을 가르쳐주는 장면은 짠했다. 도심에서 벗어난 숲속 배경도 예쁘고 해바라기가 펼쳐진 풍경도 멋졌다. 미오가 남기고 간 일기장 속에 담긴 추억으로 아이오는 살아갈 수 있을까. 배우들이 펼치는 감성 연기가 압권이었고 많이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