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대략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와, 그런데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일드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에서 나오는 코바야시 사토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잠깐 그 드라마를 언급하면, 어머니가 40년 동안 운영해 온 가게를 폐점하기로 마음먹지만(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가게를 좋아하는 단골손님들의 권유로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 두고 어머니가 해오던 작은 가게를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특별히 요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요리하는 걸 좋아했던 그녀는 빵과 스프를 파는 간단한 메뉴를 손님들에게 팔면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가게의 분위기가 좋았고 요리하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랬다.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 작은 일식당을 차렸는데 한 달이 되도록 파리만 날리고 있던 중에 현지인 청년 토리가 첫 손님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일본 만화 매니아인 그는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아느냐고 묻는데... 언뜻 생각이 날 것 같으면서도 가물가물하다.
밖에 나갔다가 카페에서 우연히 일본인으로 보이는 여자를 만나서 용기있게 갓챠맨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고, 정성껏 적어주는 그녀는 미도리다. 고마운 마음에 자기 집에 함께 가자고 한다. 미도리는 밖에 나갔다 오더니 식당 일을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고 한다. 월급은 안 줘도 된다면서. 그래서 함께 일하게 되는데 역시 혼자 있는 것보다는 외롭지 않을 것 같아 보기에도 마음이 훈훈해졌다.
조그만 동양인이 와서 가게를 차렸는데 손님은 보이지 않는 식당 안을 지나다니던 동네 할머니들은 수군수군하면서 지켜보다가 그냥 지나쳐버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손님이 하나 둘씩 몰려오면서 바빠지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가 찾아오면서 더욱 재미있어 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 가지씩 사연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치에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1년에 두 번(운동회와 소풍 때) 오니기리(주먹밥)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고. 그래서 카모메 식당의 메인 메뉴로 했다는 말을 듣고 선머슴 같은 모습의 미도리는 울컥한다. 마사코는 20년 동안 부모님 병간호를 하다가 연이어 돌아가시는 바람에 족쇄에서 풀려난 기분으로 핀란드를 동경해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카모메 식당 앞에서 매일 노려보던 핀란드 할머니는 남편이 어느 날 집을 나가버려서 고통이었다. 핀란드 사람들은 다 행복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웃는 모습 속에 가려진 사람들 모습 뒤에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공감할 수 있는 영화였다. 왁자지껄 손님들로 가득한 가게는 따뜻해 보였고 사람 사는 곳은 저래야 하지 싶었다.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 자체로 훈훈한 마음이 된다. 그렇게 예쁘고 정갈한 가게에서 정성껏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