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초판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도서] 초판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허승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3대 시성 중의 한 사람이고 독일 문학의 거장인 괴테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 작품은 그가 스물다섯 살에 단 14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발표한 직후 전 세계에 자신의 명성을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베르테르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베르테르가 입었던 파란 연미복에 노란 조끼를 젊은이들이 따라 입었으며 2천 건에 가까운 모방자살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청년 괴테의 질풍노도와 같은 사랑의 열병을 앓던 그의 육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하지만 모든 점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괴테의 친구인 예루잘렘이 친구의 부인에게 연정을 품었다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얘기와 법무실습을 함께 했던 동료의 약혼녀 샤를 로테에게 사랑에 빠졌던 자신의 체험을 조합하여 작품으로 형상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있다. 가장 친한 친구 빌헬름에게 쓴 편지로 177154일자 이야기로 시작한다. 멀리 떠나와서 잘 지내고 있다. 어머니께서 맡긴 일을 잘 처리하고 있고 곧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있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경탄하며 묘사를 하고 있어서 눈앞에 선하게 이미지가 떠오른다. 편지들은 짤막짤막하다. 행복한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으며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낙원처럼 느껴진단다. 친구가 책을 보내준다고 했던 것에 대해 제발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장가라고. 끓어오르는 혈기를 잠재우려면 자장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천재 작가도 책이 물릴 때가 있다니.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왜 집을 떠났는지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가족 이야기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며, 본 풍경들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청년시절 괴테는 감정이 풍부하고 열정적이라는 것, 그리고 권위적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귀족과 평민 계급이 뚜렷했을 텐데 평민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도와주거나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있는 청년이었으며, 다정다감한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공직자 S의 초대를 받아 무도회에 갔다가 베르테르의 인생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춤 파트너 일행과 마차를 타고 무도회장으로 가는 길에 샤를 로테라는 여인을 태우고 가게 되었는데, 베르테르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포로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춤 파트너의 고모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면서 이미 약혼을 했다고 알려준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건만 아니나 다를까, 첫 만남에서 그녀의 자태,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행동에 온통 사로잡히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는 기본이고, 언변이 뛰어나고 책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임을 주도하거나 춤추는 것, 어린 동생들을 다정다감하게 돌보는 세세한 마음까지 어느 것 하나 흠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든다.

 

 늘 로테와 로테의 동생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고 대놓고 구애를 하는 건 아니다. 어느 날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고이고 눈길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마치 어린아이 같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친구에게 털어놓는 부분은 그 천진함에 또 웃음 짓게 한다. 우연히 그녀와 손가락이 스치고 서로의 발이 닿기만 하면 온몸의 혈관이 요동을 쳤고 이야기에 열중하다가 입김을 닿을 듯 할 때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쓰러질 것 같다고 묘사하고 있다.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격정적인 사랑의 열병은 점입가경으로 커져만 간다.

로테를 만나지 못했던 어느 날은 하인을 시켜 로테에게 다녀오라고 시킨다. 햇빛을 받은 야광석이 그 빛을 흡수해서 밤에도 빛을 발하듯이, 로테의 시선이 머물렀던 하인의 얼굴과 뺨, 윗옷의 단추, 외투의 깃에 닿았던 그 모든 것을 성스럽고 소중하게 여기며 행복해 한다. 이런 사랑을 어떤 여인인들 받고 싶지 않을까. 이 얘기를 전하며 만약에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묻는다.

 

 

 그토록 로테를 사랑하면서도 다시는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로테에게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엔 로테는 베르테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베르테르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깊지 않은 것 같았다. 약혼자가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우정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아니면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반면, 베르테르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들었던 자석산 이야기처럼 로테에게 빨려드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알베르트가 돌아왔다. 누구에게든 평판이 좋은 그를 대면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알베르트에게 로테를 빼앗긴 상실감에 사로잡힌다.

 

 

 그럼에도 그들과 우정을 나누어 간다. 겉으로는 우정이었지만 상당히 마음으로는 힘들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사랑하지 못하는 심정이라니. 이들은 베르테르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식을 했는데 서운한 마음에도 자주 왕래하며 어울린다. 자살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자살을 나약함의 표현일 뿐이라고 말하는 알베르트에게 강하게 반박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어서 기쁨, 슬픔, 고통 등 어느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겠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파멸해버릴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견딜 수 있느냐하는 문제라고 말이다. 아마도 로테를 향해 치닫는 격정적인 사랑에서 자신의 괴로움을 피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대략의 이야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은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면서 권총을 빌려달라고 했고, 로테가 건네주었다는 그 총으로 자살하게 되는 비극의 최후다. 처음엔 무덤덤한 듯 보이는 로테에게 빠져드는 베르테르가 좀 안쓰러워 보였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나 태도에 민감하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으로 알베르트와 결혼하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이였지만 문학적인 공감대에서는 오히려 베르테르와 더욱 찰떡궁합이었다. 베르테르가 낭송해주는 오시안을 듣다가 로테는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하고 두 사람의 마음은 동시에 통한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에서 자신들의 슬픈 운명을 간파하게 된다.

 

 

 아마도 어머니가 정해준 운명이라서 거스르지 못하고 알베르트를 선택한 건 아닐까. 알베르트도 충분히 훌륭한 남자였지만 베르테르에게 향하는 마음을 뿌리치려고 노력했던 듯하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죽음을 택하는 게 낫다는 중세 시대의 사랑, 너무나 고전적인 사랑이 지금 이 시대에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작품이 나온지 25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사랑에 대한 의미와 관념은 많이 달라졌다,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아무런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기성세대들에게는 지난날 사랑의 의미와 추억을 되새기며 읽어본다면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다.

 

 

 계속 편지형식의 글이 이어지다가 후반부에 뜬금없이 편집자가 독자에게라는 페이지가 온다. 처음엔 이 작품 편집자의 목소리를 넣은 건가 했다. 그런데, 답장이 없는 편지글 형식의 소설 내용상 전달할 수 없는 사건들을 보고한다는 의미로 문학 표현 기법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한다. 너무 참신하지 않은가. 로테에게 쓴 편지를 알려주는데 베르테르의 죽음이 임박했고 죽음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그만큼 더욱 긴장감을 자아내고 몰입감을 높여준다. 스물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니. 괴테의 천재성을 새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괴테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작품부터 권하고 싶다. 청년 괴테의 순수한 마음과 생각을 마주한 듯 친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더구나 177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이라는 점도 소장 각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베르테르의 사랑 고백을 들었으니, 다음엔 60년이나 걸려서 나왔다는 파우스트를 도전해봐야겠다.

 

 

 

126

 

어디를 가든 그녀의 모습이 나를 따라다닌다네.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그녀의 모습은 내 영혼을 온통 사로잡는다네! 두 눈을 감으면 여기, 마음의 눈이 눈을 뜨는 머릿속에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어른거린다네. 바로 여기에!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 내가 눈을 감는 순간 그녀의 모습이 나타난다네. 마치 바다처럼, 심연과도 같은 그녀의 눈동자는 내 앞에, 내 안에 자리를 잡고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 버린다네.(P177)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reviewers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우애

    실제 책을 읽진 않았는데 이렇게 접하고 내용을 알고 있으면 읽은 책처럼 돼 버립니다. 마지막 글을 보면서 '폭풍의 언덕'에 히스클리프를 떠올렸습니다. 폭풍의 언덕도 읽진 않았는데 대충 내용만 알거든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향한 심정은 비슷한가봐요. 어디를 봐도 그 사람만 보인다고 했던 표현이 있거든요.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인데 마음이 갈 때, 감당하기 힘들 거 같습니다.

    곧 주말이네요. 포근한 사랑 느끼며 뜻 깊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모나리자님^^

    2022.08.05 18: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네, 말씀처럼 그런 고전류가 많지요.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주인공도 엄청나게 격정적인 사랑을 했지요. 지금에 와서는 전통적인 사랑의 의미가 약간은 퇴색되었기에
      고전문학을 통해서 대리만족 효과를 얻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원한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하우애님.^6

      2022.08.06 15:57
  • 문학소녀

    모나리자님^^

    저도 이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잔잔하게 스토리텔링처럼 리뷰를 올려주셔서
    몰입해서 읽게 되는 것 같아요.~

    괴테가 지은 이 책을 읽고 많은 이들이 베르테르처럼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맘이 무거워지네요...
    리뷰 말미에 올려주신 12월 6일자의 일기에
    베르테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듯 합니다.
    괴테의 깊은 감수성과 섬세함이 문체에 고스란히 깃들어 있네요...

    좋은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한 권의 책을 읽은듯한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책에 대한 관심도 함께 생겨나네요...
    나중에 기회되면 구매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괴테의 섬세한 문체가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아서요...~

    벌써 금요일 밤이네요...
    정말 한 주도 금세 가는 것 같아요.
    행복하고 편안한 밤 보내시고,
    즐겁고 여유로운 주말과 함께하세요.~모나리자님^~^

    2022.08.05 21: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네~감사해요~문학소녀님.^^

      베르테르 신드롬까지 일으키면서 모방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해요.

      문장들이 얼마나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지 몰라요.
      그야말로 사랑의 열병을 앓는 베르테르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오지요.
      어쩌면 요즘 시대의 사랑법과 조금 다르겠지만 고전 문학에서 느끼는
      재미와 감동은 색다른 기쁨을 주는 것 같아요.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문학소녀님.^_^

      2022.08.06 16:18
  • 스타블로거 이하라

    저는 베르테르가 서정적이면서도 음침한 스토커로 여겨졌는데 베르테르의 심정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시더라구요. 옛시대의 정서가 오래도록 사랑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온다면 깊은 원형이 담겨있어서라 여겨집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상심해 죽어간 이의 원형에 공감하는 분들의 정서에 저도 공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밤도 시원한 밤 되세요. 모나리자님^^

    2022.08.05 22: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네, 스토커 분위기는 아니고요 로테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감수성 높은 캐릭터입니다.
      아마도 로테와 탄탄대로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별로 특별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가 되어 재미와 감동은 없었겠지요.
      그래서 고전문학에 나오는 사랑이야기에 감동을 받나 봅니다.

      시원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이하라님.^^

      2022.08.06 16:21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