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실 책방으로 책마실을 나오면, 두 팔 가득 책을 짊어진다. 한 권을 골라도 두 팔 가득 책을 품고, 열 권을 골라도 두 팔 한가득 책을 안는다. 가벼운 책이든 무거운 책이든, 적든 많든, 언제나 가슴으로 따사롭게 책을 품는다. 즐겁게 장만한 책은 즐겁게 읽는다. 사랑스레 장만한 책은 사랑스레 읽는다. 고맙게 장만한 책은 고맙게 읽는다. 이리하여, 얄궂게 훔친 책은 얄궂은 기운이 고스란히 남은 채 읽어야 하고, 우악스레 빼앗은 책은 우악스러운 기운이 그대로 남은 채 읽어야 한다. 책을 마주할 때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