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시를 만나는 시간은 행복한 시간입니다. 좋은 동시는 무엇보다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따스해지는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어른이 되며 굳어진 마음을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동시에는 담겨 있습니다.

동시를 조용히 읊조리는 가운데 머릿속엔 시인이 보고 경탄했을 바로 그 풍경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동시를 통해, 어느 순간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기도 합니다.
바다 아침은 / 계절도 없이 / 반짝반짝 꽃을 피운다. // 물굽이 이랑마다 떨어지는 빛살로 / 마치 꽃그물이라도 이루듯 / 바다 아침은 / 꽃으로 철썩거린다
< 바다에 피는 꽃 > 일부
언젠가 어느 바다 위에 펼쳐진 햇살의 그 눈부심이 반짝이는 꽃으로 다시 피어납니다. 그 시절의 추억도.
그럼에도 몇몇 동시들은 과연 이 시를 동시라고 봐야할까 싶은 느낌의 동시들도 없진 않았답니다. 다시 말해, 어쩐지 동심을 느끼기엔 이미 훌쩍 커버린 성숙한 시어들이 조금은 어색함으로 다가와서 아쉬움이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극히 개인적인 나의 느낌이지만 말이죠.
힘겹고 어두운 시간을 보낼 때, 곁에 두고 읊조리면 큰 힘이 될 만한 동시도 있어 한 번 옮겨봅니다. 어쩌면 시인의 의도는 그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이 시를 읽으며 어둠 속 희망을 느꼈기에 옮겨봅니다.
별이 그리운 날은 / 이름 없는 하늘에 / 촛불을 켜 두자. // 눈 오는 날 / 하늘 뒤에 숨어서 /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을 / 하얀 별을 위하여 / 우리들 마음에도 / 촛불을 밝혀 두자. // 겨울 밤 눈 내리는 날은 / 별이 그립다. // 어둠에서 잠시 돌아서는 듯 / 볼 수 없는 별을 위하여 / 눈을 맞는다. // 별들의 하늘에도 눈이 있다면 / 그도 또한 나와 같이 눈을 맞을까. // 가슴속 한쪽에 촛불을 켜 본다.
< 별이 그리운 날은 > 전문
무엇보다 시인의 관심이 작은 것들에 있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하고, 작은 것 안에 담긴 아름다움, 가능성 등을 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표지 그림도, 안에 담겨진 그림들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