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누구나 한 번 쯤은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가 싶어 억울할 정도로 가끔 안 좋은 일이 생긴다. 사실 우리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 마이클 파쿼는 유독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책을 들고 왔다. 회사에서 잘리고, 애인한테 차이고, 투자한 돈 다 날리고, 하는 일마다 재수 옴 붙은, 이런 지옥 같은 이야기들 어떠신가?
저자는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편집자로 일했다. 역사의 한 장면을 끄집어내 생동감 넘치면서도 유쾌하게 써내려가는 필체로 유명하다. 공식적인 역사의 뒤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욕망과 실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야기를 주로 쓴다. 지은 책으로 《왕실 스캔들A Treasury of Royal Scandals》, 《위대한 미국인의 스캔들A Treasury of Great American Scandals》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채플린은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하루였던 날들을 시간이 지나 들춰본다면 그게 세상사려니 태연해질 것이다. 저자는 역사 속 치명적인 실수와 지옥 같은 불운의 나날을 한데 모아 365일 일력으로 편집했다. 그날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블랙코미디처럼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지만, 아차 하는 마음에 타산지석의 초석이 되기도 한다.
저자 마이클 파쿼(Michael Farquhar)
책에 소개된 지옥 같은 나날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찾아보자.
1955년 7월 17일은 디즈니랜드가 공식적으로 개장한 날이다. 이날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행사에 정식으로 초대된 사람은 1만 5천 명 정도였지만 위조 입장권이 나돈 탓에 두 배에 가까운 인원이 몰려들었다. 그 바람에 고속도로와 주변 일대는 하루종일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배관 시설이 제때 완공되지 않아 식수대 물이 나오지 않았고, 준비한 음식은 이내 동이 났다. 한여름 뜨거운 날씨에 바닥이 녹아내려 신발에 들러붙었다. 게다가 어떤 놀이기구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일부 부스는 폐쇄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검은 일요일’이요, ‘악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는 이에 굴하지 않고 차근차근 서비스를 개선해 3개월 만에 백만 번째 입장객을 맞을 수 있었다. 오늘날 디즈니랜드는 2018년말 기준 누적 5억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으며, 월트 디즈니는 미국 영화산업의 매출액 4분의 1을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십 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한때 굴욕스런 악몽은 반전을 도모할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악몽에서 교훈을 배워 절치부심(切齒腐心)한다면 말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배움을 주는 일화도 있다. J. 브루스 이스메이는 1912년 4월 18일 첫 항해에서 빙산과 충돌해 가라앉은 타이타닉호의 선사 화이트스타라인의 회장이었다. 그는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었던 705명의 구조자 중에 한 명이었다. 사람들은 냉혹한 운명에 맞서 숭고하게 목숨을 바친 용감한 남자들을 뒤로 한 채 살아돌아온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이스메이는 죽을 때까지 불명예와 사람들의 비난 속에 은둔한 채 지내야했다.
오늘 하루가 아무리 엉망이었어도 역사 속 누군가는 훨씬 더 끔찍한 일을 겪었다.
예술가들이 맞이했던 마지막 나날도 빼놓을 수 없다. 1673년 2월 17일 몰리에르는 자신의 연극 <상상병 환자>에서 환자 아르간 역을 맡아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열정을 불태웠다. 공연 중 실제로 발작과 기침을 일으켜 무대 위에 쓰러졌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혈관 파열로 사망했다.
한편 돌팔이 의사 때문에 시력을 잃은 음악가도 있었다. 바흐는 오랫동안 시력이 안 좋아 무척 고생을 했다. 1750년 3월 30일 바흐는 떠돌이 돌팔이 안과의 존 테일러에게 눈을 처치받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4달 후 사망했다. 8년 후 헨델 역시 존의 처치 때문에 눈이 멀고 말았다.
링컨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는 무려 6건이나 등장한다(0414·0416·0520·0716·1101·1223). 이는 오늘날까지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대통령이 링컨이기도 해서 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오늘 하루가 아무리 엉망이었어도 역사 속 누군가는 훨씬 더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하루하루 나에게 일어난 불행을 1월 1일에서 12월 31일까지 역사 속 가장 끔찍한 이야기와 마주하다 보면 어떠한 절망에서도 웃으며 건널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책은 우리가 하루하루 일력의 에피소드 속에서 삶의 교훈을 얻고, 지금의 시련을 이겨낼 힘을 얻게 해준다. “만약 진실로 생각한다면, 먼 곳이 어디 있겠는가(未之思也, 夫何遠之有)!” 공자의 말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