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장 노엘 파비아니는 파리 조르주 퐁피두병원의 정신과 교수다. 그는 300명에 가까운 의대생들에게 의학사를 강의하던 중 좀 더 흥미롭게 집중시키기 위해 재미난 일화를 발굴해서 들려주기 시작했다.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을 보면 프랑스에서 외과의사가 인정받게 된 것은 루이 14세의 치질 수술 때문이었다. 당시 궁정 수석이발사였던 펠릭스는 1686년 루이 14세의 치질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는 건강을 회복한 왕에게 이발사에게 의사 면허를 줄 것을 요청했고, 루이 15세가 즉위하자 외과의사는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루이 14세가 수술을 받는 동안 합창단이 그의 회복을 기원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이 노래를 들은 영국의 지크 2세가 멋있다고 반해서 훗날 영국 국가로 삼았다는 것이다. ^^
이외 책은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의사들과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담고 있다. 가령 히포크라테스가 의사 윤리를 정리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쓴 이유는 소크라테스의 유언 때문이었고, 고대 그리스의 해부학자 갈레노스는 검투사를 치료하는 외과의사로 유명했다고 한다.
한편 의사들에게 손을 소독할 것을 권유하다 정신병원에 갇힌 산부인과 의사 제멜바이스 이야기도 귀가 솔깃해진다. 제멜바이스는 산모의 주요 사망원인이었던 산욕열이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거나 소독을 등한시하여 생긴다고 보았다. “산욕열은 의사 때문에 걸리는 병입니다!”
요즘 손 씻기나 수술전 소독이 일반화되었지만 제멜바이스가 활약하던 19세기 중반만 해도 오히려 정통 요법에서 벗어난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거의 언제나 새로운 고안이나 수기는 배척당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책은 선사 시대 주술부터 최신의 현대 의학에 이르기까지 21장에 걸쳐 의학이 걸어온 길을 만화로 소개한다. 그간 어렵고 생경했던 의학에 대한 역사가 이토록 즐겁고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니 새삼 감탄마저 인다. 좋은 콘텐츠는 언제나 독자를 춤추게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