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도시를 새롭게 돌아보는 일은 몇 년을 살아봤거나 이곳저곳을 헤집고 누비며 다닌 결과이겠다. 서울신문 이창구 기자가 이에 딱 들어맞는 케이스다. 그는 2년 여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쉬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베이징의 뒷골목을 돌아다녔다.
베이징은 800년 가까이 중국 수도로 지위를 누리면서 격변의 역사 현장이 되기도 했고, 그 덕분에 수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 들어선 자금성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완성(1406~1420)됐다. 980개에 달하는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명청 시대 황실이 모은 수많은 보물이 소장돼 있다. 1925년 고궁 박물원이 되었고,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도시는 자금성을 중심으로 외곽으로 확장되었다. 이 덕분에 자금성 인근 도심에는 고풍스런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수많은 골목길이 형성되었다. 도시마다 골목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유독 베이징의 뒷골목을 일컬어 ‘후통’(胡同)이라고 부르고 있다.
저자는 2년여 동안 후통을 누비면서 중국의 근현대사와 우리 독립운동의 산실을 살피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교류했다. 이 모든 것이 오늘과 과거의 중국을 이해하는 노둣돌로 오롯이 담겼다.
몇 년 전 상명대 조관희 교수가 『후통, 베이징 뒷골목을 걷다』를 펴낸 적이 있다. 언뜻 보면 『베이징 후통의 역사』와 겹치는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이번 신간이 업데이트된 후통의 뒷이야기를 들려주니 더 의미가 있겠다.
특히 저자는 기자로서의 취재력을 십분 발휘하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산실을 찾고, 신채호, 이회영, 김원봉, 이육사 등 독립투사의 면면을 후통에서 발굴하거나 소개하고 있다. 우리 독립운동사를 중국의 근현대사 현장보다 앞에 배치하여 임시정부 수립 100년의 역사를 되새겨준다.
이 책은 베이징의 여행기 자체로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값진 것은 베이징의 후통을 둘러싼 숨가쁜 역사의 격동기를 살펴보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도 꽤 훌륭하다. 사진을 훑어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공부가 된다. 이제 베이징 뒷골목을 통해 새롭게 역사 이야기를 들춰보자.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