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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수출을 결정한 문베어브루어리의 수제맥주. 왼쪽부터 백두산 IPA,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위트

 

달디단 탄산음료를 좋아하던 아이는 자라서 쓰디쓴 맥주를 맛있다고 먹는다. 인생이 달콤하지만은 않아서일까.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오늘도 쌉싸름한 맥주를 먹는다. 꿀꺽 들이켜고 혼자 "크으" 할 땐 하루의 고단함이 술과 함께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래서 오늘은 지친 술꾼들을 위로할 맥주를 골랐다. 강원도의 브루어리 '문베어브루잉'이 빚은 '백두산 IPA(인디아 페일에일)'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위트'. 문베어브루잉은 최근 이 3종을 "맥주 종주국 영국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맥주라니 기대가 부푼다.

 

백두산부터 깐다. 호기롭게 민족의 영산 이름을 썼겠다. 어디, 그럴 자격이 있나 보자. 캔을 기울이니 뿌연 오렌지색 액체가 쏟아진다. 몽글몽글 하얀 거품이 일어났다가 금세 사라진다. 코를 잔에 가져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향긋한 시트러스향이 코를 간질인다. 잔을 들어 백두산을 머금는다. 향긋한 과일향이 피어난다. 보디감이 제법 무겁다. 삼킨다. 부드럽게 술이 넘어간다. 쌉싸름한 홉이 치고 올라온다. 제법 강렬하다. 과일향과 홉향이 뒤엉켜 잔향을 일으킨다. 잔향은 꽤 오래 입안에 남는다.

 

매력적이다. 기대 이상이다. 문베어브루잉은 백두산을 "더블 드라이호핑 공법으로 홉향을 배가시키고 쓴맛은 줄였다. 부담스럽지 않은 IPA를 찾는 소비자를 위한 최적의 선택"이라고 소개했다. 맛을 보니 납득할 만한 설명이다. 재구매 의사 있다. 알코올 도수는 6.3. 330한 병에 2500원 선.

 

이번에는 금강산이다. 골든에일답게 밝은 금빛을 띤다. 잔에서는 꽃향기가 난다. 역시 거품은 금방 사라진다. 마신다. 빵과 같은 고소함, 약간의 쓴맛이 연쇄적으로 느껴진다. 질감은 가볍다. 피니시에서는 드라이한 고소함이 이어진다.

 

누구나 쉽게 마실 만한 맥주다. 문베어브루잉은 "필스너 라거의 가볍고 시원한 목넘김과 페일에일의 은은한 홉향을 결합한 맥주다. 라거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의 크래프트맥주 입문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라고 자평한다. 글쎄. 뒤집어 말하면 그만의 개성이 덜하다는 소리는 아닐까. 과연 내 입에는 조금 밋밋했다. 재구매 의사 없다. 알코올 도수는 4.6. 330한 병에 2500원 선

 

마지막 술, 한라산이다. 한라산 역시 밝은 금빛이다. 냄새는 옅다. 시트러스 계열의 냄새가 은은하게 난다. 거품은 피어오르지도 않고 사라진다. 머금으면 톡톡 터지는 탄산과 과일과 꽃의 풍미가 느껴진다. 청량하고 가볍고 신선하다. 목넘김 뒤에는 시트러스향이 기분 좋게 입속에 퍼진다.

 

강렬하게 어필하는 녀석은 아니지만, 은근히 사람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다. 문베어브루잉은 이 술을 "한라산 산들바람에서 영감을 얻었다. 제주의 기분 좋은 산들바람을 연상케 한다"고 설명한다. 마실수록 잘 맞아떨어지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구매 의사 있다. 알코올 도수는 5.3. 330한 병에 2500원 선.

 

*출처: 민족 영산 이름 걸고 종주국 공략 나선 우리 맥주, 그 맛은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9/12/27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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