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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식사

[도서] 백년식사

주영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 지난 번 조선의 미식가들에 이어 우리 음식과 식생활을 100년간 역사와 함께 되돌아보는 백년식사.

 

저자는 다양한 사진과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여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인의 식탁과 입맛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생히 들려준다. 우리 먹거리에 대한 애정과 능준한 필력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껏 펼친다. 독자 입장에서 멋의 탐구요, 맛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제목은 백년식사이지만, 다루는 시기는 조선이 외국에 문을 열기 시작한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1876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두려운 2020년 상반기까지의 145년 동안이다. 대한제국의 서양식 만찬부터 최근의 K-푸드에 이르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에 한국인이 영위해온 식생활의 세계사적 변화 양상을 책에 담으려고 했다.” - 서문에서

 

저자 주영하 교수


책은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시간대를 여섯 시기로 구분한다. 1876년부터 대한제국 시기의 개항’, 1910년부터 1937년까지의 식민지’, 1938년부터 1953년까지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을 아우르는 전쟁’,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의 냉전’, 한국인이 경제성장의 결과를 맛보기 시작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압축성장’, 그리고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가 그것이다.


저자는 음식인문학의 관점에서 전통혹은 한식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아닌 사회현실과 맞물린 역동적 변화로 보면서 우리 음식문화를 연대기적으로 성찰한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흔히 야키니쿠(燒)와 명란젓은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에 의하면 둘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가 즐겨먹던 음식이 일본에 전해진 대표적인 사례다. 1910년대부터 조선에 숯불화로구이가 유행했고, 1926년 평양의 한 기생이 도쿄에 차린 명월관에서 갈비숯불구이를 내놓았다. 일본 사람들은 이 메뉴를 야키니쿠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일본 사람들은 야키니쿠는 자신들이 개발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불고기는 푸르코기(プルコギ)라고 따로 부른다.


양반 남성에게 위스키 한 잔을 먹여주고 있는 기생. 소반 위에 놓인 위스키 병이 눈에 띈다.

 

명란젓은 조선시대 함경도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었다. 명태(明太)에 관한 기록은 17세기 문헌에서부터 나온다. 당시 문헌은 북쪽에서 나는 생선이라 하여 북어(北魚)’라고 적었지만, 민간에서는 명씨(明氏) 어부가 잘 잡아서 명태라고 했다는 말도 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햇볕에 반쯤 말린 어란으로 만들어 먹었다. 강점기 이후 우리 동해어장에 진출한 일본 어부들은 명태가 대량으로 잡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명태를 먹지 않았지만 조선 사람들이 명태와 명란젓을 즐긴다는 것을 알고 일본 어부들도 잡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대부분은 제국의 음식이 일방적으로 식민지에 전파되었다는 주장을 많이 펼쳤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 중에는 제국과 식민자의 지배관계가 해체된 후에 오히려 식민지의 음식이 제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있음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커리가 그러하고, 일본의 야키니쿠와 가라시멘타이코(명란젓)가 그러하다.” - 99

 

한편 두부 장수가 종을 흔드는 풍경도 강점기부터 유래한 것이다. “눈발 같은 얼음이 흩날리는빙수와 맑은 국물에 굵은 가락 국수를 내는우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인공조미료의 대명사 아지노모토.

 

1915년 조선에 소개된 아지노모토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 1929조선박람회를 계기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냉면집에선 한여름 동치미를 마련하기 어려워 육수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아지노모토를 쓰면 훨씬 경제적이었다.

 

▲평양의 냉면집에서는 아예 아지노모토를 식탁 위에 놓아두고 손님들이 입맛대로 육수에 넣어 먹도록 했다.

 

한편 1980년대 새롭게 유행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LA갈비와 삼겹살이었다. LA갈비는 1988년 치솟는 소갈비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비밀리에 미국에서 갈비 270톤을 긴급 수입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삼겹살구이는 양돈업의 현대화와 외식업의 확대,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수요 증가 그리고 한국인의 고기구이와 볶음밥 선호 경향이 결합하여 부각된 음식이었다.

 

채끝 짜파구리는 어떻게 해서 뉴요커들 사이에서 유행했을까? 알다시피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화제를 모은 덕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들이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한국이 세계 식품체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K-, K-드라마, K-영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를 끌자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 K-푸드도 있었다. 거꾸로 한국인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혹은 여행을 통해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이 먹고사는 모습을 익히거나 체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K-푸드는 세계화와 지역화를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K-푸드를 만들어낸 힘이다.” - 293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은 지난 1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음식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문화를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하이브리드야말로 오늘날 ‘K-푸드유행을 만들어낸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코로나19 유행을 맞아 앞으로 100년의 밥상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말한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하여 1인용 상차림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조선 양반들은 혼밥을 했으며, 반찬 공용은 식량난과 인구 과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제 공용 식기·반찬을 개선하고 위생과 음식물 쓰레기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2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른다.

에필로그에 덧붙여진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성찰편은 이 책을 개관하는 것은 물론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책에는 좋은 날 정다운 이와 함께 식사하면서 나눌 이야기거리도 풍성하다. 일독을 적극 권해드린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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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동태찌개를 좋아합니다.
    제가 끓인 동태찌개를 여럿이 좋아하고요 ㅎㅎㅎ
    명란젓은 안 좋아하나 동태찌개에 들어가는 알이나 알탕은 좋아해요.
    명씨 어부가 잡아서 명태/처음 듣는 이론이지만 일리 있어요.

    2020.12.11 21:5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사랑지기

      ㅎㅎ 네~ 날씨가 추워지니 얼큰한 동태찌개가 그립군요~
      주말도 따뜻하게 보내세요~ ^^

      2020.12.11 22:10
  • 예스블로그 YES블로그

    사랑지기님~ 좋은 리뷰 감사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따뜻한 겨울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1.01.08 08: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사랑지기

      ㅎ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추운 날씨에 더욱 건강하게 보내세요~ ^^

      2021.01.08 21:49
  • 스타블로거 17시26분

    우수 리뷰 선정 축하드려요

    2021.01.08 12:5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사랑지기

      엔드포인트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1.01.0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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