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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전염병

[도서] 우리 역사 속 전염병

신병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신병주 교수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또 다시 신박한 책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예나 지금이나 펜데믹은 있었다.. 백성들은 크고 작은 전염병을 극복하며 끈질기게 삶을 이어왔다.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어떤 전염병들이 유행했을까?

 

코로나19의 유행은 역사를 전공하는 필자에게는 전염병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고, 학질, 홍역, 천연두에 대한 몇 편의 칼럼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 같은 연대기 자료는 물론이고 개인의 일기나 문집 등에 조선시대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염병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 또한 사회적 격리, 의학적인 방법의 동원, 의료인 양성, 전염병 발생 지역에 대한 국가적 지원 등 현재의 모습과도 유사하다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 ‘들어가는 말에서

 

신 교수는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마과회통등 조선시대 의서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등 사서, 양아록, 미암일기, 이향견문록등 개인이 남긴 일기와 문집에서 전염병의 흔적을 촘촘하게 살핀다.

 

책은 10부로 구성됐다. 1조선시대에 전염병은 무엇이었을까에서는 조선왕조실록과 이문건의 육아일기 양아록등 기록에서 역사 속 전염병에 대해 알아본다. 2전염병에 맞섰던 의료기관에서는 왕실 직속 내의원, 백성을 위한 혜민서, 전염병을 전담한 활인서, 조선 최초 근대식 병원 제중원 등 전염병에 맞섰던 의료기관들에 대해 들려준다. 3의녀들의 활동은 의녀 제도와 교육, 대장금·장덕 등 조선 시대 의녀들의 활약상을 담았다.

 

4허준과 동의보감’, 5정약용과 마과회통6종두법을 보급한 지석영에서 허준, 다산, 지석영 등 당대 지식인들이 백성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펼쳤는지 살펴본다.

 

7작은 마마, 홍역’, 8조선 후기 최대의 전염병, 천연두9‘19세기 조선을 휩쓴 전염병, 콜레라에서 조선 후기 대유행한 홍역, 천연두와 콜레라가 어떠했는지 들여다본다. 마지막 10시기별 전염병의 유행에서 악병, 학질, 온역, 종기 등 조선시대 백성들을 괴롭혔던 여러 전염병에 대해 정리한다.

 

전염병은 오래전부터 널리 유행하는 병이라는 의미의 역() 좋지 않은 병이라는 뜻의 여(○), 역려·역질·여역 등으로 불렸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귀신의 조화로 여겨 의학에 의존하기 보다 제사를 지내고 굿을 통해 원통하게 죽은 귀신을 달래기도 했다.

 

조선 왕조와 지식인들은전염병과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여러 의서를 편찬했다. 가령 향약집성방은 우리 산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약재를 활용한 치료법을 수집했고, 침경요결은 구하기 어려운 약제보다 침/뜸을 이용해 손쉽게 치료하도록 했다.

 

특히 정약용의 마과회통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마과회통(麻科會通)’은 마과(麻科), 즉 마진(痲疹, 홍역) 계통의 병과 그 치료법을 모두 모아() 잘 통()하도록 정리했다는 뜻이다.

 

자신도 천연두를 앓았고 슬하 63녀 중 42녀를 홍역과 같은 전염병으로 잃었다. 1802 막내 아들 농아를 잃었을 때 쓴 <농아의 광지>에는 죽은 애들이 산 애들의 두 배다. 아아, 내가 하늘에 죄를 지어 잔혹함이 이와 같으니, 어찌할 것인가라고 탄식했다.

 

1797년 정약용은 황해도 곡산의 부사로 나갔다. 당시 전염병이 유행하여 백성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지켜본 다산은 의학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에 홍역을 이해하고 이겨내기 위한 마과회통의 저술에 착수, 1798863책으로 완성했다. 마과회통은 당대 지식인 사이에서 지대한 학문적 관심을 받았다. 심지어 홍석주는 1802마과회통을 그대로 베끼고 일부 권차를 바꾸어 마방통휘를 펴냈다.

 

한편 다산은 어린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어머니의 나쁜 기운을 물려받아서 마진에 걸린다는 태독설을 비판했고, 그만큼 운기에 의존하는 운기설의 실체 또한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시 의사들은 홍역 치료에 무관심했다. 백성들은 귀신의 원한으로 집안에 역병이 든다는 전통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별신굿을 치르기 십상이었다. 의사들은 마마귀신을 거슬려서는 안 된다는 풍속 때문에 특히 치료를 꺼렸다.

 

다산은 백성을 위한 일념으로 당대 홍역에 관한 지식과 의술을 정리하는 한편, 비과학적인 인식에 대해선 과감히 물리치는 단호함을 보였다. 과연 학자의 모범이 아닐 수 없다.

 

이외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한양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환자는 어떻게 다루었는지, 허준이 동의보감을 어떻게 완성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의녀들은 어떻게 교육받았는지 등등 읽을거리가 빼곡하다.

 

그간 조선시대 역병들, 가령 천연두, 콜레라(호열자) 그리고 동의보감 등에 대해선 신동원 교수가 쓴 역사책이 있었다. 신병주 교수의 신간은 앞 책의 최신 확장판이라고 보면 어떨까.

 

바야흐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1개월만에 전면 해제됐다. 언제 다시 새로운 팬데믹이 우리에게 불어닥칠지 모른다. 우리는 과거 선조들이 전염병을 극복한 역사를 되돌아보매 새로운 팬데믹을 이겨낼 통찰과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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