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친구를 만났는데,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보고는 "자기계발서도 읽어?"라고 놀라워했다. 내 대답은 "이게 자기계발서야?" 만약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자기계발서에 갖고 있었던 편견을 깨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이 책을 처음에 읽고 싶었던 이유는 책 제목 때문이다. 원제(Tribe of Mentors)와는 조금 다르지만, 당시 갖고 있던 내 고민 -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 에 이 책의 제목이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 이 책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내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었지만, 왠지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거의 멈추지 않고 이 책만 읽었다 - 내 독서 습관은 이 책, 저 책 바꿔가면서 읽는 것. 고쳐야 할 성격 중 하나이다. ㅠ
책을 읽다보니 좋은 구절, 기억하고 시도해 보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아 책 옆에 표시해 둔 포스트잇이 넘쳐나게 되었다. 이렇게 읽은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데, 책구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원서로 읽게 되면 의미가 더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그런 내용 중에는 쉽게 공감가는 것도 있었고,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는, 즉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오래된 관계를 떠나라'는 조언은 지금까지 옛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식이 곧 진리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나도 가끔 경험하는데, 오래된 친구들과 만날 때 공통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의 자리가 달라 만남이 별로 의미없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단지 과거를 같이 회상하는 것만으로는 우정의 지속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생각할 때가 있었는데, 크리스틴 울머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한다. 20대에 만난 친구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기쁨보다 힘겨움이 컸고, 결국 끝내는 쪽을 선택했다고. 사실 베스트 프렌드는 그다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흥미롭고 활력 넘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벼운 기회만 가져도 인간관계는 충분할 수 있다고. 일정한 거리를 두어도 얼만든지 완벽한 친구 관계로 지낼 수 있다고. 그러면서 '친구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사람'을 인생의 동행으로 삼으라고 충고한다.(p. 324) 사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소통하는 사람들은 작년 겨울에 만난 사람들이다. 알게 된 지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제일 자주 소통하고, 제일 자주 만난다.
수없이 좋은 충고들이 많은데,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책을 덮고 생각했을 때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것을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현재에 충실해라. 먼 미래를 생각하고 고민하기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 그러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2. 일만 하지 마라. 창의성은 휴식과 자유로움 속에서 생긴다.
3. 책을 가까이 하라.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다.
4. 운동과 숙면은 필수.
5.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
6.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라. 두려움이나 위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호흡과 명상의 시간을 가져라.
이 책의 제일 마지막 구루는 유발 하라리. 마침 나도 그의 책을 재밌게 읽고 있어 관심이 갔다. 제일 마지막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가 그의 생각에 비중을 실었다는 증거일 터. 역시 저자는 자신의 입으로 유발 하라리와의 대화는 너무 값진 것이라 거의 편집없이 그대로 전한다고 했다.
유발 하라리가 젊은 독자들에게 하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2040년의 세상이나 구직시장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40살이 되면 대부분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개인의 회복력'과 '감성지능(emotional inteligence)'에 힘쓰라는 것이다.
그는 2040년 즈음이 되면 평생동안 배움을 계속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도 거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이는 다른 멘토들도 여러번 강조했던 것이다. 자신은 거절을 잘 못하기 때문에 거절을 담당하는 어시스턴트를 고용할 정도. 이 정도면 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명상과 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의 패턴을 발견하고 현실을 관찰한다. 내가 외부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으며, 나의 감정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이러할 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세계를 더 잘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책의 제일 앞부분을 다시 펼쳐 보니 저자는 100명이 넘는 인생 현자들이 제시한 성공 비결을 이렇게 셋으로 압축한다.
1. 지금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라.
2. 좋은 날을 하나씩 쌓아 좋은 인생을 만들어라.
3.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충분하다.
결국, 어떤 게임이든 승리의 비결은 너무 애쓰지 않는데 있다.
모두, 느긋하게 마음 먹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