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초등학교 교사였지만 일을 그만두고, 하와이로 3개월의 휴가를 떠나온 기자키 준페이다. 평소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친구 스기시타의 권유로 하와이행을 결정한다. 그중에도 힐로라는 섬을 목적지로 정하게 된 이유에는 친구에게 들은 듣게 된 조금 독특한 '호텔 피베리'의 이야기에 끌렸기 때문.
호텔 피베리는 오너가 정한 원칙에 따라 처음 방문한 손님만 예약 가능한 곳이다. 원래 가즈미와 요스케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기자키가 피베리를 찾았을 땐 남편 요스케가 새로이 카페를 차려 호텔 운영은 가즈미가 혼자 도맡아 하고 있었다. 기자키의 옆방을 쓰는 별 사진을 찍는 남자 아오야기, 장기 투숙객 가모우와 뻔뻔하고 넉살이 좋은 활자 중독자 사키모리, 그리고 가자키와 같은 날 체크인을 한 유일한 여성 투숙객 구와시마까지 총 5명의 손님이 호텔 피베리에서 만난다.
처음에는 누구도 자신의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보내는 하루하루에 잠시 만족하기도 하지만, 평화로운 하와이의 섬에서도 그는 지난 과거에 얽힌 불안과 누구도 메워주지 못할 고독을 느낀다. 호텔의 손님들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가벼운 대화와 만남을 갖는데 정작 가자키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가모우가 호텔 풀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는 일이 생기고, 그가 남긴 이름과 연락처 모두가 거짓인 게 밝혀진다. 그 후 가자키는 이 호텔의 손님과 자신은 모두 비슷하다는걸, 가벼운 관광이나 즐거운 휴가를 보내기 위한 게 아니라 자신만이 알고 있는 각자의 불안을 가지고 그저 멀리 도피해왔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가모우의 실제 정체가 밝혀지기도 전 옆방에 머물던 아오야기까지 사망하게 되는데...
초반에는 주인공의 불안이 전염된 것처럼 조금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의 사연이 짐작이 가기도 하고 자기 합리화하는 듯한 서술에 공감도 가지 않아서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각자의 사연은 무엇인지, 연이어 발생한 호텔 손님의 사망사건은 단순한 사고일 뿐인지, 범인이 있다면 누구이며 어떤 동기를 가지고 있는지 다양하게 상상해 보게 만든 후 후반부로 갈수록 진행이 빨라져 순식간에 읽은 것 같다. 선량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을 바란다면 추천하기 어렵지만, 여름밤에 어울리는 어쩐지 불안하고 위태로운 분위기의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