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의 FIC-PICK의 첫번째 책. 요즘 출판사마다 각자의 개성에 맞게 시리즈의 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책 너무 재미있게 봐서 뒤에 나올 책들도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 < 무드 오브 퓨처 >는 다섯명의 여성 작가들이 상상하고 고민한 근미래 로맨스 단편소설을 엮은 작품집이라고 출판사측에서 설명한다. 윤이나 작가는 왠지 이름이 익숙한데 혹시 < 놈의 기억 >의 그 작가가 아니신지...
이 책에는 윤이나 「아날로그 로맨스」, 이윤정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 한송희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 김효인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 오정연 「유로파의 빛을 담아」의 총 다섯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의 "퓨처"를 보더라도 지금보다는 좀 미래, 그렇다고 너무 멀지 않은.. 그런 미래의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로맨스 이야기이다. 「아날로그 로맨스」나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의 경우에는 가까운 미래에도 있을법한 이야기 이지만 다른 세 작품의 이야기는 조금 더 먼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2015년의 상상은 즐거웠지만, 실제 2015년의 모습이 아니지 않았던가. 그리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시대는 조금 더 훗날에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날로그 로맨스」에서 그려졌던 통역기 란토라는 것은 현재도 충분히 감정까지 싣는 것은 무리겠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용면에서는 좋았지만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에서처럼, 죽은 가족이나 애인을 추억하는 이들이 만든 주문 제작형 안드로이드가 인공지능과 감정을 가지게 되는 현실은 좋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나는 아직 그런 경우를 겪어 보지 않았으니 당사자들의 마음은 한번만이라도 가상공간에서라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다. 실제, 어떤 프로에서 그렇게 만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것은 어딘가 좀 미흡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살아 숨쉬는 모습을 만난다는 것은 남겨진 이들에게 위로를 건낼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라질 권리"라는 말에 동의한다. 남겨진 사람들의 위안을 위해 계속해서 끌려(?)나오는 경우라.. 아마도 제3자의 입장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이야기인 「유로파의 빛을 담아」는 초등학교때 잠깐 처음 만났었던 정현과, 현우의 편지로 이야기가 이끌어지는데, 다섯이야기 중에서 제일 맘에 들었고, 무언가 짐작하게 된 후로.. 아련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유로파로 날아가는 탐사선에서 메일을 보내는 정현, 드문드문 이어졌던 연락을 기다리던 그리고 과거의 풋풋한 사랑을 기억해내는 지구에서의 현우. 아.. 이 두사람을 어쩌나..